17년 만 도시정비사업 맞붙나···'한남4구역' 삼성 vs 현대 '빅매치'

시공능력평가 1‧2위 다투는 삼성과 현대, 한남4구역서 경쟁 예상 삼성 "용산공원 주변 랜드마크" VS 현대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  시공건축비 1조5724억원 규모...한남뉴타운 내 가장 높은 공사단가

2024-09-25     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해 하반기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한남4구역)'. 이곳 입찰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치열한 2파전이 예상된다.

시공능력평가 1, 2위 간 빅매치가 성사된다면 두 회사는 17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에서 맞붙는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11월18일 입찰 마감할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내년 1월18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6만258㎡를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동, 2331가구 규모로 재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평(3.3㎡)당 예정 공사비는 940만원(부가세별도), 총 시공건축비는 1조5724억원 규모다. 이는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가장 높은 평당 공사단가다.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가 들어오기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남4구역은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전체 2331가구 중 일반 분양 물량만 800여가구로, 한남뉴타운 가운데 사업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꽃 튀는 수주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현재 한남4구역 시공을 노리는 주요 후보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거론된다. 최근까지도 3파전의 한 축으로 거론됐던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입찰을 포기해 결국 도급 순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2파전 양상으로 압축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액 1위 건설사의 저력으로, 한남뉴타운에 래미안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남4구역을 용산공원 주변에 조성하는 거점 랜드마크 단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용산공원 남측에 래미안 첼리투스, 서쪽엔 래미안 용산더센트럴을 시공했다. 용산역 북측 남영동업무지구2구역 수주와 동쪽에 위치한 한남4구역 수주를 따내게 되면 용산공원 동서남북으로 거점 단지를 갖추게 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한남4구역을 수주해 주변 단지와는 차별화된 거점 랜드마크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라며 "회사는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해 설계를 완료했으며, 삼성물산만의 노하우와 우수한 품질‧브랜드 가치를 통한 하이엔드의 차별화로, 한남뉴타운의 가치를 높이는 등 전사역량을 총동원해 최고의 사업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바로 옆 한남3구역을 수주한 경험을 토대로 비용을 절감하고 빠르게 시공하겠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낼 경우 한남3구역과 함께 8337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조성이 가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현대건설은 2021년 한남뉴타운 내 최대 6000여가구 규모의 한남3구역 시공권을 따내 현재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 바로 인접한 위치인 만큼 한남3·4구역을 연계 시공할 경우 초대형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입찰 참여 의지를 밝혔다.  

두 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 후보지를 두고 경쟁한 것은 무려 17년 전으로, 2007년 '단독주택 재건축 1호'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사업 이후 없었다. 이번 한남4구역 수주 경쟁이 성사될 경우 두 회사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결과에 따라 향후 서울 도시정비 판도와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건설경기 불황에 따라 경쟁 수주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한남동을 비롯한 잠원이나 압구정 등 전략적으로 중심지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한남동은 뉴타운 사업지 그 자체로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볼 때도 상징성이 크고 재건축 사업성이 높기 때문에 경쟁을 하거나 수익을 좀 줄이더라도 전략적으로 사업을 따내야 하는 핵심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