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여주기식 국정감사 되지 않길

2024-10-04     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건설사들이 국정감사 준비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올해 건설업계에선 예년처럼 사망사고를 포함한 각종 중대재해가 지속됐고, 신축 아파트에선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은 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변호와 '사과' 준비를 철저히 하려는 것이다.

단골손님처럼 건설사 대표들이 매년 출석 요구를 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특성상 한 사업에 여러 업체가 참여해 공사를 하게 되는데, 하도급업체의 잘못이라 할지라도 원청사인 대형 건설사 대표가 불려간다. 실제 공사를 하지 않은 원청사에도 관리 감독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정감사에서 건설사가 좋은 먹잇감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우선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대중에게 좋지 않아서다. 아파트 등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다가, 상품가 자체가 수억원 단위다 보니 대중에게 건설사는 돈만 밝히는 '도둑놈'이란 인식이 강하다. 정작 건설업계의 수익률은 타 산업군 대비 현저히 낮다. 과거부터 정권 비리에 자주 엮였던 것 역시 악당 이미지 구축에 한몫을 했다.

그렇다 보니 이들 회사의 대표를 불러다 놓고 꾸짖는 것을 보고 있으면 국민 정서가 어느정도 위로받는 것은 사실이다. 시공은 부실하게 해놓고 매번 공사비만 올리느냐고 야단치며 공사비를 상승에 압박을 주는 것도 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3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중견 이상의 건설사 대표가 중대재해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단 1건도 없다. 그 역시 건설업 특성상 하도급 계약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원청사가 중대재해 책임에서 조금씩 빗겨나 있는 탓이다. 최근 들어서야 서울시가 앞으로 하도급사에서 시공한 서울 내 공공 발주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직접 공사하지 않은 원청사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만 한 수준이다.

사실 정부에게 건설사는 '적'이었던 적이 없다. 역대 정부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서 건설사들이 언제나 중추 역할을 하며 잘 따라줬기 때문이다. 지금은 실패로 끝난 '뉴스테이' 사업 때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하자고 하면 건설사들은 일단 따르고 봤다. 이번 정부의 목표인 주택 공급 확대 역시, 공공주택 사업이 큰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들은 사실상 주택 공급을 실현할 수 있는 단비같은 존재다.

올해 국정감사에는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아파트 하자 건으로 증인 채택됐으나, 출석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해에도 GS건설, DL이앤씨, 호반건설, 현대건설 등의 임원들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일부 건설사만 얼굴을 보였다. 마치 나오려면 나오고, 말려면 말라는 식으로 보인다. 하도급업체의 책임자가 원청사라면, 원청사의 감독 역시 최종 책임자는 정부 자신이어서다. 이제 보여주기식 야단치기만 하지 말고, 제재가 필요한 부분에선 적극적인 정부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