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보험사 해약환급금 준비금 축소···밸류업 효과 '그림의 떡' 왜?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안 발표···건전성 갖춘 보험사 80% 적용 '지급여력비율 200%'···높은 허들 속 적용대상 보험사 3개사뿐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위한 밸류업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일정 수준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된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대비 80%만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이란 시가 평가된 보험부채가 기존 부채보다 적을 경우, 부족한 금액만큼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제도다.
해약환급금의 준비금 적립비율을 낮춰 배당가능이익을 늘린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적용기준이 너무 높아 대다수 보험사가 수혜를 받기 어렵다는 평가다. 오히려 법인세 납부액이 늘어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IFRS17 도입 후 수익성 제고에 효과적인 신계약 CSM(보험계약 마진) 확보가 최우선시 되면서 보험사 전반의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급증한 바 있다. 반면 배당가능이익의 산출 방식은 이전 회계기준 시점에 머물고 있어, 업권의 순이익 증가세에도 배당가능이익과 법인세가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충분한 재무건전성을 갖춘 보험사에 한해 준비금 적립비율을 낮춰 법인세 납부액을 늘리고, 기존 회계기준 적용시점과 비슷한 규모의 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정한다는 게 당국의 의도다.
문제는 당국의 허들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당국이 제시한 재무건전성 기준은 지급여력비율이 200% 이상인데, 상장사 중 이런 조건을 충족한 보험사는 상반기 말(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삼성생명(201.6%), 삼성화재(278.9%), DB손해보험(229.2%) 등 세 곳 뿐이다.
이 때문에 당국은 매년 지급여력비율 기준치를 10%p씩 하향 조정, 5년에 걸쳐 현재 권고치인 150%까지 낮출 것이라 밝혔다. 다만 현재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기준점은 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맞춰져 있어, 제도 개선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300%를 초과하는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보험사 지급여력 비율은 150~200%선에 맞춰졌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 전반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자산규모 상위 10개 생보사의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215.71%로 전분기 대비 6.22%포인트(p)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10개 손보사의 평균 지급여력비율(182.73%) 역시 전분기 대비 2.98%p 떨어졌다.
이 중 현대해상, KB손보, 하나생명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의 지급여력 비율이 하락했다. 특히 재무건전성 기준이 충족됐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급여력비율 역시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 각각 11.24%p, 1.16%p씩 하락했다. DB손보도 0.49%p 떨어졌다.
본격적인 금리인하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우려요인이다. 자산 대비 부채 만기가 긴 보험사의 특성상 금리가 내려갈수록 부채가 자산 대비 커지는데, 이는 요구자본의 증가로 이어져 지급여력비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은 시장금리가 1%p 하락시 생보사와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이 각각 25%p, 30%p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앞다퉈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을 발행해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시장금리 하락, 할인율 제도 강화 등으로 재무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밸류업 정책이 단기적으로 주주환원보다 준비금 감소에 따른 법인세 납부액 증가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국 상위사에 유리한 제도다. 당국은 경쟁 완화와 보험부채의 현실화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지만, 200%라는 기준은 너무 높다"며 "결국 지급여력비율이 낮은 보험사는 계약의 양 보다는 질, 그리고 보완자본 확충을 통한 자본비율 개선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해당 정책이) 150%에 수렴토록 설계된 점은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150%를 상회하면 된다는 의미"라며 "다만 일률적으로 200%라는 기준을 하향하기 보다, 150%를 기준으로 매년 창출되는 이익과 신계약 판매 관리,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방어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