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유럽·日 車 산업데이터 연계동향과 우리의 방향

2024-10-11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선임연구원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산업간 산업데이터 연계·활용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데이터는 제품의 개발·생산·유통·소비 등에서 생성·활용되는 모든 종류의 자료·정보를 뜻한다.

산업데이터는 그간 개별 기업의 DB(서버·클라우드 등)에 저장된 채로 활용이 제한됐다. 그러나 산업 전반에서 데이터 중요성이 증가, 각 국가·기업은 산업데이터 축적·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는 현재 80% 이상의 산업데이터가 연계·활용되고 있지 않으나, 이를 연계·활용하면 2028년까지 2700억유로의 GDP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산업간 산업데이터 연계를 통해 ESG 규제에 효율적 대응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완성차 제조사 등 규제 대상 기업이 공급망 추적·관리를 자력으로만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일례로 올 2월 미국은 강제노동방지법을 위반한 부품이 탑재되었다는 이유로 폭스바겐 신차 수천 대를 압류했다. 폭스바겐은 문제의 부품은 최하위 단계 공급업체에서 간접 조달돼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따라서 규제 대상 기업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협력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데이터 연계 촉진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증기관의 검증을 받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정기적으로 소요되므로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요구된다.

기업·산업간 산업데이터 연계·활용을 위해서는 연계 플랫폼 등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간 산업데이터는 주로 특정 사업부·기업·업계 내에서 제한적으로 공유·활용되었으나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에는 전 산업을 아우르는 데이터 연계 및 그 기반 구축이 있어야 해서다.

무엇보다 데이터 원 소유주의 데이터 통제권 보장 및 데이터 검증에 비용·시간 절감 등이 필요하다. 여기서 데이터 원 소유주, 다시 말해 데이터 주권은 데이터 생성·저장·유통·활용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데이터 주권은 2018년 미국 사법당국이 구글·아마존 등 자국 정보통신사 해외 서버에 저장된 국외 데이터(통신 내용, 가입자 정보 등)를 지키고자 만든 개념이다.

자동차 업계 선도 사례로는 유럽 기반 자동차 산업데이터 연계 플랫폼 카테나-X가 있다. 아직 초기 단계로 성과는 제한적이나 유럽은 활용범위·영향력을 확장하며 산업데이터 연계를 주도하고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참여기업은 데이터 주권·기밀성 등을 보장받으며 데이터 연계 대상·범위·수익 창출 방식을 스스로 정하고 유럽연합 ESG 규제 대응, 공급망·경쟁력 강화 등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카테나-X와의 연계보다 자국 배터리 관리 플랫폼 고도화, 유럽 내 배터리 제조·재활용 설비 구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국 전 산업 데이터 연계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고 카테나-X와 자동차·배터리 분야 데이터 상호연동을 우선 추진, 자국 기업 경쟁력 보호·강화를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경제산업성 산하 기관이 디지털 아키텍처 구축·사이버 보안 등을 담당하고 덴소 등 민간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종합 데이터(인권·환경 등) 관리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우리나라도 기업·산업간 산업데이터 연계·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 구축 검토가 요구된다. 그간 정부는 산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 스마트제조 혁신 관련 사업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다만 기업·산업간 데이터 연계·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완·해결이 필요한 과제도 아직 존재한다. 특히 자동차·배터리 제조사 등은 데이터 연계가 필요한 분야에 개별적으로 대응 중이나 어려움이 따른다. 중소 부품기업의 디지털 전환·데이터 연계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산업데이터 플랫폼 KADaP 내에 부품정보교환시스템(KADaP-X)을 구축해 기업 간 데이터 연계를 준비 중이다. 산업데이터 연계 플랫폼 등 기반 구축 시 선행사례로서 참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