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 거래대금 훈풍에도 엇갈린 실적 전망···양극화 '심화'
PF 손실 대체 사업 확보 난항···중소형사 수익성 급감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큰 폭으로 증가한 해외 주식 거래대금, 트레이딩 손익개선 등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 선방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형사 대비 작은 자본금 규모 때문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이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사의 실적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증권사 실적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1.3% 증가한 2618억원, 순이익은 257.5% 늘어난 27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기간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81.1%, 60.5% 오른 2145억원, 1617억원으로 추산됐고, 삼성증권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3.5%, 35.0% 상승한 2688억원, 203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금융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 추산치는 49.7% 증가한 3182억원, 순이익은 11.8% 늘어난 2373억원으로 추정됐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9% 감소했지만,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1405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36.2%로 크게 증가했다"며 "큰 폭으로 증가한 해외 주식 거래대금이 부진한 국내 주식 거래대금을 상쇄했고, 금리 인하에 따른 트레이딩 손익 개선, DCM 시장 활성화 등으로 증권업종의 양호한 실적 흐름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대형증권사들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키움증권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6.2% 하락한 2550억원, 순이익은 11.2% 떨어진 18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신증권의 영업이익은 33.56% 하락한 280억원, 순이익은 66.70% 오른 370억원으로 예측됐다.
윤재성 나이스(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0년 이후 늦게까지 고위험 익스포저 중심으로 부동산PF를 확대한 중소형사의 부정적인 충격이 크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2022년 전체 수수료수익 중 45% 내외를 차지한 부동산금융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25% 내외로 급감했고, 이로 인해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1분기 중 하향 조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형사의 수익저하 지속은 열위한 자본완충력에 추가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증시전문가들은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점차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통 기업금융(IB)과 리테일 등의 분야에서 수익성을 확대해 활로를 개척하는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은 PF손실을 대체할 만한 중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 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자본은 2014년 37조원에서 2023년 82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코로나19를 거치며 늘어난 증시 유동성이 증권사들에게 대규모 수익을 안겨줬다"며 "누적된 이익잉여금은 운용손익을 창출하는 중이며, 늘어난 이익이 자본 증가로 이어져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충당금 적립부담에서 수익기반 이슈로 전환해야 할 단계"라며 "소형사는 부동산금융에 대한 성장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에 현재 부동산금융 시장 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으며, 중소형사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사업기반 확충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