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에 부는 '칼바람'···임원 감축하고 '조직 슬림화' 속도

연말 진행되던 임원 인사 앞당겨져···위기 빠른 극복 의지 4분의 1, 3분의 1씩 임원 수 줄인 SK에코플·DL이앤씨 그룹사 위기 삼성물산·실적 감소 현대건설···보수적 인사 전망 CEO 교체 가능성도 有···대우·롯데건설 등 대표 임기 막바지

2024-10-23     박소다 기자
(왼쪽)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주요 건설사들이 지속되는 건설 경기 침체 돌파구를 찾아 나서면서 조직개편 및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연말·연초에 진행되던 임원 인사가 앞당겨지고, 임원 수를 대폭 줄이는 등 재무 상황을 고려한 보수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사업 역량 집중을 통해 건설업을 둘러싼 위기를 최대한 빠르게 극복하겠단 의지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이달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중 임원 인사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불확실한 건설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예년보다 빠르게 임원 인사를 진행한다고 이들 회사는 설명했다.

이번 DL이앤씨의 신규 선임 임원은 총 6명으로, 지난해 12월 정기인사(9명) 대비 승진 임원 수가 줄었다. 외사는 앞서 지난 3월 한차례 비정기 조직 개편을 진행한 바 있다. 실적 악화 등의 사유로 마창민 전 대표이사를 포함해 주택사업본부(6명), 플랜트사업본부(2명), 토목사업본부(6명), 경영지원본부(3명) 등 임원 18명이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전체 임원 57명 중 3분의 1이 물러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도 이달 기존 66명의 임원 중 17명(25%)이 회사를 떠나고, 신규 2명만 승진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하면서 임원이 대거 축소됐다. 후속 조치로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등을 연구하는 '에너지사업' 조직은 시장 선점을 위해 별도 독립시켰다. 본업인 건축·토목·플랜트 조직은 '솔루션사업' 조직과 통합됐다.

양사 외에도 대형 건설사들의 임원 수는 2022년을 최대점 기록한 후 크게 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재외)의 임원 규모를 보면 2021년 상반기 총 377명이던 임원 수는 2022년 상반기 513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440명, 올해 상반기 다시 470명을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사 관계자는 "2022년은 집값이 정점에 올랐던 주택 사업 호황기였던 데다가,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 진출이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단기로 데려온 임원들도 많았고, 대규모 승진도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신규 수주를 늘리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산성 등 내실을 다지자는 추세로 돌아서 연봉이 높은 단기 계약 임원들을 내보내고, 내부 인원 감축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연말 임원 인사도 이같이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취재 결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다음달, 현대건설은 12월에 정기 임원 인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2022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8명, 상무 14명을 승진시켰고, 지난해엔 부사장 4명과 상무 15명을 승진시켰다. 회사 실적은 타사 보다 양호하지만 최근 그룹사인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나오는 만큼 임원 인사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조직 개편의 강도가 강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정기임사에서 24명의 임원을 교체하며 임원 수를 5명 줄였다.

특히, 올해에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가능성도 없지 않다. DL이앤씨는 올해 무려 3명의 사장이 교체됐고, SK에코플랜트 전 사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건설업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가운데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해임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해 임기 마지막 해로 재연임이 필요한 대형 건설사 CEO는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부회장)와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부사장) 등이 있다.

이 관계자는 "예년보다 회사 실적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상황 탓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장이 교체되면 내부 분위기도 더 어수선해지는 면이 없지 않아 현재 체계를 유지하는 방향(연임)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