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2인자' 김기유 지시 '사기대출'···고려·예가람저축銀 144억 손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150억원 부당대출' 사건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기대출로 드러나면서 대출을 실행해준 태광 계열 저축은행 두곳에서 14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태광 계열 예가람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은 지난해 8월 김 전 의장 지시로 A부동산시행업체에 내줬던 대출금 100억원과 50억원 중 각각 94억원, 50억원을 손실 처리하고 관련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이자 납부용으로 미인출 상태로 남아있던 6억원만 회수하고 고려저축은행은 대출금 전액을 손실 처리한 것이다.

앞서 태광그룹은 내부감사를 통해 김 전 의장이 지난해 8월 예가람·저축은행을 통해 A부동산시행업체에 대출을 부당 지시한 것으로 파악, 김 전 의장과 A업체 대표 이모씨, 당시 이은우 예가람·저축은행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이번 부당대출 사건이 허위서류와 차명계좌가 동원된 사기대출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검찰 고소장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A업체 대표 이모씨와 2007년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수차례 골프 접대를 받아왔다.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의 이은우 전 대표는 김 전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또 이모씨가 지난해 8월 예가람·고려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토지담보부 차용 약정서'와 '차용증 이행 합의서'도 허위 서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저축은행을 통해 실행된 대출금 150억원 중 100억원은 가짜 채권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됐고, 이모씨는 이를 또다른 차명계좌와 본인 계좌로 전액 이체한 뒤 주식에 투자하거나 다른 법인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이 중 일부 금액이 김 전 의장 부인 계좌에 입금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사기대출 사건으로 대출금의 상당 부분이 손실 처리되면서 예가람저축은행의 BIS비율은 14.8%에서 13.9%로 0.9%p(포인트) 하락했으며 연체율도 6.3%에서 6.9%로 상승했다.

현재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기대출을 주도한 이은우 전 대표와 A업체 대표 이모씨 등을 상대로 피해원금 144억원과 이자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채권 회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했으나 현재까지 이모씨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저축은행은 또 김 전 의장을 비롯한 사기대출 관계자들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엄벌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예가람·저축은행 측은 "자체 감사를 통해 사기대출을 조기에 적발했으나 고객들의 소중한 예금을 대출 피해에 노출시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소송과 가압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채권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