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놓고 입장차···전면 금지 vs 부분 제한

금융당국, 홍콩ELS 대책마련 세미나 개최

2024-11-05     김현경 기자
김소영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5일 개최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관련 공청회'에서는 은행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둘러싸고 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특정 점포 등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두 가지 방안 모두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에 나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에서 개최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에는 금융당국, 은행·금융투자업계, 소비자업계,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은행 고난도상품 판매 제한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에 앞서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개선 방안을 소개했다. 해당 방안에는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개선방안으로 △판매 전면 금지(1안)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판매 제한적 허용(2안) △은행 점포 내 창구 분리를 통한 판매 허용(3안) 등 크게 3가지가 담겼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고자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각 3가지 방안의 장단점이 뚜렷한 데다 금융업계와 소비자계 간 이견이 커 당국에서도 결론을 쉽사리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공개세미나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 개선안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마련됐다.

세미나에선 은행 내 고난도 상품판매 전면 금지 방안인 '1안'과 특정 점포에서만 제한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2안'으로 의견이 쏠리는 모습이었다. 은행연합회 등 금융업계에서는 영업점 내 창구 분리를 통한 제한적 판매(3안)에 동의하는 입장을 냈지만 학계, 소비자계 등에서는 해당 방안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엔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봤다.

먼저, 상품판매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측에선 ELS 상품 자체가 갖는 불완전판매 발생 유인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은행에선 안정적인 상품을 판매할 것이란 소비자 인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이번 홍콩ELS 상품은 풋옵션 매도 조건이 붙어 수익구조가 상방은 닫혀 있고 하방위험은 열려 있는 복잡하고 위험한 구조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상품 자체가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데, 특정 점포에서 팔았다고 해서 불완전판매 이슈가 없어지진 않고 제도 개선을 했더라도 앞으로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런 고위험 상품인데, 예적금 가입하러 은행에 갔다가 ELS 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주식 사러 증권사 갔다가 ELS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은행에서의 ELS 등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이 고위험상품 판매할 때 은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 때문에 위험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며 "판매 채널에 있어서 소비자 혼동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은행은 전통적으로 안전한 자산, 예적금을 취급했기 때문에 은행에서 제공하는 상품은 안전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많다"며 "손실 위험이 크고 구조가 복잡한 고난도 금융상품을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계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품 전면 금지의 경우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특정 점포 등에서 제한적으로 판매를 허용(2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수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2안에 따르면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이를 준수하는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판매를 허용한다. 예컨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별도 건물 등 일반 창구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이어야 한다. 또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경력을 보유한 직원이 상주하는 거점점포에서만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 등도 담겼다.

관련해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는 "이번 홍콩ELS 사태는 제도가 부족했다기보단 일부 은행들이 무책임하게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일탈한 측면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거점점포를 통해서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사후적인 제재 조치로서 앞으로 불완전판매 방지 등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금융사들에 선택적으로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민 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상품판매 전면 금지와 같은 과도한 제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등으로 플랫폼 통해서 모든 금융상품·서비스들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은행에서의 상품 판매 전면 금지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ELS 상품 판매가 금지되면 은행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또다른 위험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제도 개선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이번에 ELS의 경우 단기간 쏠림현상이 있다 보니 대규모 부실이 난 부분이 있다"며 "감독당국에서 내부통제 규제를 굉장히 강조하고 많이 고쳤는데, 규제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걸 이번에 검사하면서 여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보는 이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게 은행에서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게 맞냐는 것인데 저희도 결론을 못내렸다"며 "1안, 2안 등 어떤 방법도 정답은 없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이 자리를 통해서 여러 기관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보면 최선의 방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도 "DLF 사태 이후로 굉장히 빡빡하게 제도 개선을 했고 소비자들이 원칙을 다 지켜나감에도 결과적으로 이런 불완전판매가 반복되는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며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노력, 책무구조도 도입 등을 하고서도 상품 특성상 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으면 어디까지 제한을 강화해야 할지 등도 고민이 되는데, 이날 세미나를 계기로 조금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오늘 제시한 은행 판매채널 제한 1~3안은 토론을 위해 예시로써 3가지를 말씀드린 거고, 그 중에 한가지로 꼭 정해진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ELS 상품 특성 등을 명확하게 분석해본 다음 추가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