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해외도피 선종구에 1400억을 돌려준 이유는

2024-11-08     나민수 기자
회사에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국세청이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쳐 징역 5년형이 확정된 후 해외 도피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에게 1400억원대의 돈을 돌려줬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선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LBO 방식으로 매각할 당시 AEP에 편법으로 하이마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수천억원의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LBO는 매수하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차용한 자금을 이용해 돈 한푼 안들이고 M&A를 성사시키는 사실상 무자본으로 인수하는 M&A(인수·합병) 기법이다.

선 전 회장은 1심과 2심에서는 횡령 혐의 일부만 유죄가 인정됐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2년 3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선 전 회장에게 징역 5년형에 벌금 300억원을 최종 확정했다.

선 회장은 1·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장기간 재판에 성실히 참여해 왔다는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이어왔다. 하지만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인 2021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5년이 나오자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현재까지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이 뒤늦게 선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지만 지금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형 집행이 유예된 상태다.

선 회장은 해외도피 중 대리인을 내세워 1300억원대 증여세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하이마트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선 전 회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주식을 본인 명의가 아닌 두 자녀의 명의로 취득한 것을 자녀의 명의만 빌린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로 보고 선 전 회장의 두 자녀에게 각각 832억원, 544억원 등 증여세로 총 1376억을 부과했다.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 이후 선 전 회장 측은 증여세를 납부한 뒤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국세청과 조세심판원, 선 회장 측이 다툼을 이어왔고 조세심판원이 선 전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세청은 선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납부했던 증여세에 이자까지 지급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선 전 회장의 사례는 법원의 형 집행을 무시한 채 해외 도피사범에게 1400억원이라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도피자금으로 사용하게 한 셈"이라며 "경제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는 사법정의 실현에 저해할 뿐 아니라 사법당국의 신뢰를 저해하는 등 사범의 빠른 검거와 소환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