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이라 교통 편하다고?···서리풀지구 가보니
"투자문의 많아졌지만 거래·인근 집값은 평소와 동일" 신설역 필요···대규모 주택 공급되면 인근 교통 영향 받아 "교통에 선투자 쉽지 않아···주택 사업 진척돼야 예산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신규택지를 발표하며 주택 5만가구 추가 공급을 약속했다. 서초 '서리풀지구'는 서울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나머지 택지 3곳은 모두 3기 신도시처럼 경기도다. 이에 정부는 서울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이들 지역에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한 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대 주민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와 함께 벌써부터 교통 체증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16일 기자가 방문은 서리풀지구는 서울 서초구 신원동과 원지동 일대로, 청계산 자락 아래 획일적이지 않은 좁은 지역이다. 인근에 등산객을 제외하곤 사람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분위기로, 주변 곳곳에 소규모 밭과 비닐하우스 등이 설치된 모습은 서울보단 한적한 시골 마을을 연상케 했다.
이곳 서리풀지구를 포함해 이번 신규 택지로 선정된 4곳(서리풀·고양 대곡·의왕 오전왕곡·의정부 용현) 일대는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묶여있던 곳이다. 300평 이상 경작을 하는 농업인만 토지거래가 가능했으며, 때문에 외부 방문객이 접근할 기회가 없어 현재는 도심 접근성이 일부 떨어진다.
청계산입구역 인근에서 공인중개 일을 하는 A씨는 "그린벨트 해제 뉴스 이후 투자 문의 전화가 많았다"면서 "보상 기준도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팔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 거래가 예전보다 많아지고 이런 것은 없고, 인근 집값도 현재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주민들은 오히려 아파트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서리풀지구 내 토지의 소유주들은 대부분 고령층에 투자보단 예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필 이 지역이 그린벨트가 해제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같은 발표로 동네가 복잡해지는 것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도 모르는 데다가,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주택이 절반 이상은 장기전세 등 공공분양인만큼 집값 상승 기대감도 일단은 적다는 평가다.
실제로 서리풀지구와 가까운 주택가에는 개발을 반대는 플랜카드도 종종 걸려 있었다.
특히 2만 가구나 되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가뜩이나 막히는 인근 도로의 병목현상 심화도 우려했다. 서리풀지구의 인근 도로는 강남에서 판교를 잇는다. 그나마 서리풀지구의 경우 서울에 속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다른 3곳보다 나은 조건에 해당한다. 다만 지구 초입만 해도 가장 가까운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과 거리가 꽤 된다. 지구 규모가 221만㎡(67만평)에 이르는 만큼 신설역 추가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인식한 정부는 이번 신규 택지를 지정하며, 교통 개선을 위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서리풀지구의 경우 신설역과 함께 도로 확장을 검토하고, 나머지 지구들도 지하철 연장선 또는 GTX를 활용한 서울로의 접근성·교통량 분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광역교통대책과 지구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으로, 구체적 위치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다만 신분당선은 역 마다의 구간이 길고, 이번 발표한 서리풀지구에 2만가구 공급과 인근에 대기업 R&D 캠퍼스가 들어오는 만큼 수요가 충분해 역 신설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의 교통 수요 예측이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서다. 교통 인프라 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채 주택을 먼저 짓다 보니 늘 교통 문제가 골칫거리로 따라붙는다. 당초 신분당선 2단계 연장(신사~용산 구간)사업도 2019년 착공이 목표였으나 아직 현장 조사도 하지 못한 상태다. 신분당선 수원 구운역 신설 연장을 확정하는데만 무려 12년이 걸렸다.
정부는 앞서 3기 신도시의 발표에선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선 교통 후 입주'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3기 신도시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의 핵심 교통망 '송파하남선' 신설역 개통 목표도 기존 2028년에서 현재 2032년으로 밀린 상태다. 이곳 입주는 2027년이다. 왕숙·창릉·대장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높아지는 분양가와 정부의 수도권 외곽 개발로 인해 인구는 서울에서 경기·인천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2012년 대비 2022년 서울시 인구는 77만명 줄고 경기·인천 인구는 162만명 늘었다. 이에 따른 주거와 직장이 분리되는 직주분리 현상도 심화했고, 현재 서울로 출퇴근하는 약 100만명의 인구가 매일 최소 2시간을 '교통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주택 공급과 관련해 정부는 교통에 대한 문제를 먼저 풀겠다는 계획을 항상 제시하지만 선투자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주택 사업이 어느 정도 완성이 돼야 교통망 관련된 비용들이 만들어지는 구도기 때문"이라며 "한강신도시, 김포 골드라인 사례만 봐도 여러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행정적, 정치적 시간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