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집앞 산더미 무단투기 하고 야반도주? 출동한 속초 경찰도 난감
트럭 한 대 불러야 치울수 있는 양에 ‘헉’ 중심관서제로 파출소·지구대 민원 처리 한계
[서울파이낸스 (속초) 김무종 기자] 주말이면 명동 저리가라 할만큼 붐비는 속초시 속초관광수산시장(옛 중앙시장) 골목 한 집 앞에 쓰레기 한가득이 쌓여 있어 집 주인을 놀라게 했다.
지난 16일 해질 무렵 집을 찾은 A씨는 망연 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 골목 안 집 바로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어서다.
굵은 동아줄이며 페인트 통, 심지어 담배꽁초까지 땅바닥에 널려 화재가 날 수도 있었다.
치우려해도 트럭 한 대는 불러야 할 양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말이어서 속초시청에 얘기할 수도 없고 무단 투기한 자를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앞에 친절히 전화번호도 있는데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물건을 쌓아놓지 말라는 문구도 무시했다. 고의성이 다분한 원한관계?
가까운 속초시청 맞은 편 파출소를 찾았으나 텅 비어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영랑지구대로 연락해 달라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쓰레기 더미를 보고 당황해했다. 경찰은 “직접 현장에서 버린 이를 찾지 않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주변을 탐문하더니 누군가 공사를 하고 관련 폐기물을 쌓아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을 부른 이유가 미상인을 찾기 위한 것인데 경찰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정 지역에 파출소와 지구대의 경찰인력을 소위 '몰빵'하는 중심지역관서제(이하 중심관서제)의 폐혜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사실 파출소는 순찰과 소관 민원을 해결하는 곳이지 경찰서처럼 직접 수사에는 한계가 있다. 붐비는 속초관광수산시장 파출소가 휑하니 빈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됐다.
신고인은 결국 경찰 역할을 직접 수행하기로 했다. 탐문 등을 통해 무단투기자를 특정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경찰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해서다. 중심관서제에서 지역 밀착 경찰은 없는 셈이다. 각자 주민이 알아서 스스로 치안 등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각 지역의 반대 여론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보면 어떻겠냐는 경찰 조언이 생각이 나 관련 앱도 깔아 신고를 마쳤다. 시장 한쪽의 이 골목은 옛 어시장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바로 앞 길 건너로 이전해 한산하다. 골목은 민원 제기에도 시의 무관심 속에 점점 좁아져 리어카 하나 들어가기 어려워 지게 됐고 화재와 안전 등 사고에 무방비 상태다.
A씨는 경찰 대신 탐문과 잠복근무(?) 끝에 17일 무단투기자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다분히 의도가 있는지 여러 정황을 파악해 일처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