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위기 쇄신 총력···'인사·조직개편'으로 더 강한 메시지 낼까?
자사주 매입, R&D 단지 건립 30조 투입···'분위기 쇄신' 의미 이재용, 호암 37주기 '침묵'···재계 "말보다 강한 메시지 낼 것" '성과주의' 앞세운 인사이동 예상···DS부문 대대적 개편 전망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 실적 부진을 기록하면서 안팎에서 위기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분위기 쇄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임원·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이 분위기 쇄신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19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주 소각과 R&D캠퍼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11월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매입해 소각할 계획인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다. 나머지 7조원 어치 자사주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한다.
자사주 매입 결정 이전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14일 종가 기준 5만원선이 붕괴된 4만9900원에 마감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주가가 반등해 19일 오후 1시43분 기준 5만6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 기흥캠퍼스에 오는 2030년까지 총 20조 투자 계획 = 이후 삼성전자는 18일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New Research & Development - K'(NRD-K)를 구축하고 설비 반입식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10만9000㎡(3만3000여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NRD-K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탄생한 기흥캠퍼스에 구축한다는 상징성도 확보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NRD-K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근원적 연구부터 제품 양산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 확립으로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50년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분위기 쇄신에 나서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19일은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의 37주기 추도식이 열린 만큼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쇄신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과 삼성 일가는 별다른 메시지 없이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조용히 추도식을 치렀다.
또 다른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별도의 메시지를 내는 대신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낼 것으로 관측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지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고강도 쇄신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사장단 교체 이뤄지고, 임원 승진 줄어들 듯 =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장단 인사 규모를 최소화했다. 지난해 말 치러진 사장단 인사에서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전영현 부회장을 기획단장으로 임명했다. 전 부회장은 올해 5월에 원포인트 인사로 DS부문장이 됐다.
사장급 인사 중에서는 한종희 DX부문장 겸 대표이사(부회장)가 겸직하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 용석우 부사업부장과 김원경 경영지원실 GPA(Global Public Affairs)팀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GPA실장을 맡았다. 특히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GPA 조직은 기존 '팀'에서 '실'로 확대 개편되기도 했다. 전년도 사장단 인사에서 7명의 승진자가 나온 것에 비하면 승진 규모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올해 5월 삼성전자는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자리를 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의 수장이 된 만큼 전 부회장의 전략에 맞춘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기존의 '2인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 부회장이 DS부문장 겸 대표이사로 위촉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변화와 달리 임원 승진인사는 축소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 등 143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2020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214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한 이후 삼성전자는 매년 임원 승진인사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실적이 악화된데다 파운드리 공장 가동 연기 등이 맞물리면서 승진인사 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가진 삼성전자의 특성상 성과를 내지 못한 임원을 교체하고 이 자리에 젊은 리더들을 승진시켜 세대교체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과 R&D단지 건립 등은 실질적인 효과 외에 분위기 쇄신을 위한 메시지의 의미도 있다"며 "임원·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