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부동산 시장에 신(新) 노년세대가 온다

2024-11-20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김효선

일반인이 커플이 되는 과정을 담은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50세 이상 시니어들의 사랑 찾기 '끝사랑'이다. 출연진들을 보면 시니어라는 컨셉이 무색할 정도의 동안 외모와 패션 센스를 갖추고 있다. 

자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는 노년 세대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고령 인구 중 소득 수준이 중위 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노인 빈곤율이 40% 이상이나 되는 반면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新) 노년 세대가 있다. 

신 노년 세대는 끝사랑의 출연진들처럼 노인 같지 않은 노인이다. 이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다양한 사회 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고 자기 관리가 잘 돼 있다. 또한 어느 세대보다도 자산 축적의 기회가 많았던 세대이기도 해서 자산가도 많고 부동산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신 노년 세대가 연금을 받는 시기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자산의 옥석가리기를 통해 본인이 여생을 보낼 주택과 시세 차익이나 월세 수익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을 남기고 정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자녀에게 사전 증여를 하는 전략을 쓰면서 새로운 부동산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다.

첫째, 정부 정책에 의해 부각됐던 '똘똘한 한 채'는 상속세 폭탄을 예방하고 자산을 슬림화하는 전략과도 부합하면서 갈아타기 수요를 만든다. 최근 전국적으로 주택 시장이 하향 안정기이고,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다보니 보유 주택을 매각하고 좀 더 입지가 우수한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따라서 입지별로 매물이 급증해 가격이 떨어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입지의 희소성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이 있다.

둘째, 주택의 다운사이징을 통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주택 매매 거래 수요가 만들어진다. 거시 경제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정부 정책 등 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자산 여력이 있는 신 노년 세대는 자녀에게 적어도 '똘똘한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고 싶어한다. 

신 노년 세대와 자녀 세대의 동일한 니즈로 인해 최근 예비부부 또는 신혼부부에게 유행했던 주택 매입 자금 마련 전략이 있다. 합법적인 선 안에서 최대한의 증여와 차용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성인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00만원이다. 그리고 2024년부터 혼인·출산에 따른 증여 공제가 신설됐는데 혼인신고일을 전후해서 각 2년 내의 신혼부부 또는 자녀의 출생일로부터 2년 이내인 사람은 부모로부터 1억원까지 비과세로 추가 증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부부가 각각 1억5000만원, 합하면 3억원까지는 세금 없이 증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세법에서는 가족 간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서 금전소비대차를 원칙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법정 이자율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면 증여가 아닌 것으로 봐준다. 이자를 법정 이자보다 낮게 내거나 무이자로 돈을 빌려줄 때는 이자에 대해서 증여세를 부과하는데 덜 낸 이자가 연간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이를 역산하면 2억1700만원이 된다. 이 금액까지는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부부가 각각 약 2억원, 합하면 4억원까지는 부모에게 무이자로 차용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자산 여력이 있는 부모에게 양가 합해서 7억원까지 주택 매입 자금을 세금이나 이자 없이 마련해 줄 수 있게 된다.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매각하는 등 자녀의 소득과 형편에 따라서 자금을 마련하고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 참고로 연봉이 1억원인 경우 다른 대출이 없다면 주택담보대출은 약 6억원 이상이 나온다. 대기업 맞벌이 부부라면 합쳐서 주택담보대출 12억원과 부모 찬스 7억원을 합치면 약 19억원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혼인·출산 증여 공제가 신설됐던 올해 이 정도 금액대의 아파트가 밀집된 소위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아파트 거래가 서울 주택시장 상승세를 견인했다. 강남3구는 아니지만 그 다음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된 지역, 강남과 도심 모두 가까워서 출퇴근이 용이하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 3040세대들이 많이 모여 살아서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단지들이 즐비한 곳이란 조건을 갖춘 입지다.

이처럼 신 노년 세대의 등장은 관련 세제 및 금융 정책의 제도 변화에 따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주택 시장 참여자들은 과거보다 다양한 요인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새로운 트렌드 및 주택 시장 변화를 살피면서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