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한남4 공사비 868억원 인하···실현 가능할까?
현대건설, 공사비 '868억 절감' 1조4855억원 제시 삼성보다 840억원 저가···"착공 시점 인상분 미반영?" 공사비 증액 갈등 우려도···"물가 변동 시 조합에 영향" 현대 측 "설계 바탕으로 단가 맞춰···무리한 제안 아니"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이 제안한 공사비 예상 가격보다 860억원가량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가운데 시공권 확보를 위한 무리한 저가 공세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날로 치솟는 공사비 탓에 조합 간 갈등을 겪는 사례가 많은 현대건설이 '일단 따고 보자'라는 식으로 '꼼수 조건'을 내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11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총공사비 1조4855억원을 제시한 견적서를 조합에 제출했다. 3.3㎡당 881만원이다. 당초 조합이 제안한 1조5723억원보다 868억원을 절감한 금액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를 통해 조합원당 부담금을 약 7200만원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비교해서는 현대건설이 840억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삼성물산은 총공사비 1조5695억원(3.3㎡ 당 938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공사비만 놓고 봤을 때는 현대건설 측 조건이 조합원에 훨씬 유리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공사비가 착공 시점 발생하는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의 제안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해마다 공사비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미래 인상 요인에 대응할 여지나 폭 자체가 적은 공사비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어떤 재건축, 재개발이든 간에 입찰 공사비와 착공 공사비가 달라지는데 대부분 건설사가 물가상승률 반영하는 조항으로 착공 전까지를 반영한다. 이후 설계에서 달라지거나 착공에서 달라지는 공사비를 나중에 반영하는 '꼼수'를 썼을 수도 있다"면서 "타이트하게 설계안을 만들고 착공 시 비용을 올려서 사업성을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주 시점과 착공 시점 차이가 있는 것을 이용해서 공사비를 변경해 사업성을 높이는 꼼수"라면서 "아니면 한남4구역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익을 최소화하더라도 깃발을 꽂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무리한 조건을 맞췄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러한 사례는 많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유한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국에서 건설사가 요구한 증액 공사비 총액은 2조4131억원이다. 입찰 당시와 비교해 착공 시점에 증가한 공사비에 대해 건설사가 요구한 비용이 올해에만 2조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탄핵 정국에서 급등한 환율에 따라 원자잿값 폭등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다. 무리한 저가 공사비 공세가 향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경쟁 상황에서 마진을 모두 없애고 '마른 수건 짜듯이' 견적을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물가 인상 요인이나 법령 개정, 설계 변경 등 외부 변동 요인에 감내하고 대응할 완충 장치가 취약할 것"이라면서 "브랜드나 규모가 클수록 공사비가 더 올라가는데 짜인 계획에서 변동이 생길 경우 조합원에게 곧바로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다수의 기수주 정비사업 조합과 몇 차례 공사비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이다. 반포주공1단지에서는 평당 584만원의 공사비를 829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했고 협상 끝에 결국 792만5000원으로 증액됐다. 이에 전체 공사비는 2조6363억원에서 3조8958억원로 48% 늘었다.
또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개발사업도 공사비 진통을 겪었다. 현대건설은 2020년 시공사 선정 당시 3.3㎡당 공사비 512만원을 제안했으나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3.3㎡당 공사비를 898만원으로 증액하고 공사기간을 기존 37개월에서 51개월로 늘리는 조정안을 조합에 요청했다. 공사비는 3.3㎡당 700만원 후반 수준에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범천 1-1구역 재개발사업 △대조1구역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등에서도 공사비 증액 및 공사 중단 등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세부적인 제안서 내용은 추후 있을 조합 대상 사업 설명회에서 밝혀질 것이지만 공사비는 설계 내용을 바탕으로 단가에 맞춰 제안한 것이지 얼토당토않게 안 될 금액을 무리하게 제시하진 않는다"면서 "경기 침체 속에 무리하게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경영 기조가 아니고 견고하게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를 통해 제시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남4구역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의 경우 착공 시 물가 상승에 대비해 물가 상승 비용 314억원(최근 1년간 건설공사비 지수 반영)을 반영하도록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비 자체로만 봤을 때 현대건설 측이 좋은 조건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당사는 물가 상승분이 사업비 안에 포함돼 있다"면서 "특히 조합에서 필수 조건으로 제시한 △7층 지하주차장 조성 △내진 특등급 설계 △일반 분양 세대 발코니 확장 비용 등이 모두 공사비에 반영된 조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