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변화하는 자율주행 국제표준과 과제

2024-12-20     조민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정책전략실 책임연구원

자율주행 국제표준은 차량·통신·교통 분야에 수백여종이 활발하게 제정·개발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내 차량 및 지능형교통시스템을 다루는 기술위원회·분과위원회에서 주로 개발 중이며, ISO 외에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미국자동차기술자협회(SAE) 등 다양한 글로벌 표준단체들이 자율주행 표준 마련에 힘쓰고 있다.

ISO 국제표준은 차량제어, 시뮬레이션, 기능안전·사이버보안, 통신, 센서·부품, 정밀지도, 협력주행·인프라, 인간공학·디스플레이, 모빌리티서비스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으며, 세부 분야별 산·학·연 전문가들이 기술 향상에 힘쓰고 있는 상태다. 시장활용도와 법·규제 연관성이 높아 향후 업체들이 준수해야 하는 표준은 100여종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적으로 국제표준은 개별 국가가 법안을 통해 업체에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안전기준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제품 안전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국제표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 등 주요국은 자율주행 분야 안전규정 제정시 ISO 국제표준을 폭넓게 채택·인용하고 있으며, 주요 완성차 제조사도 제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표준 준수를 강제한다. 구체적으로 유엔유럽경제위원회 자동차국제기준제정기구(UNECE WP29)는 ISO·SAE사이버보안(21434)을 인용해 사이버보안관리규정(R155)을 제정했으며, 완성차 제조사 대부분도 부품사에 ISO기능안전(26262) 준수를 필수사항으로 정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안전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국제표준이 대두되고 있다. 고도의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도로형태(시내·고속도로), 운행시간대(주·야간), 날씨(눈·비·바람) 등 사람·사물 등을 인지·판단하는 복잡한 기능을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행해야 하나, 그간 수행해 온 부품·기능에 대한 단편적인 단위 평가로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시스템 안전성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이에 자율주행시스템 설계 원칙과 평가·검증 플랫폼 및 시험 전략 등을 제시하는 표준들이 떠오르고 있다. ISO·TR4804, ISO·TS5083, ISO34502 등으로 불리는 표준들은 레벨3 이상 자율주행시스템 안전성·보안성 원칙을 정립할 뿐 아니라 매우 방대한 정보를 모두 확인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 지침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자율주행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일본·미국 등은 핵심 기업·기관들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활발하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페가수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레벨3 이상 자율주행시스템을 위한 표준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시뮬레이션 기반 개발·시험 방법을 제안하는 등 자율주행 안전성 검증체계를 개발 중이다. 일본은 사쿠라 프로젝트를 통해 시나리오 기반 자율주행시스템 안전성 평가체계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자율주행차안전컨소시엄(AVSC)을 구성,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시스템 안전표준 개발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차 표준화 추진전략을 통해 자율주행시스템 성능시험 방법 표준화 등을 전개하고 있으나, 해외 선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개별 구성요소 단위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시스템 전반에 대한 시뮬레이션, 주행시험장 시험, 실도로 실증까지 광범위한 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그러나 개별 부품 업체가 이러한 고도의 시뮬레이션 및 평가·검증 기술력과 전주기 시험을 위한 기반을 자체적으로 갖추기에는 기술적·재정적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국내 산·학·연 협업생태계를 구축하고 해외 선도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전문인력, 평가기반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