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에 쏠린 눈···새해 첫 현장경영 어디?
새해 경영 메시지 간접적 전달···신사업 역량 강화 주문할 듯 삼성물산 부당합병 항소심 선고 변수···'책임경영' 복원 고비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새해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이 회장의 리더십과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올해는 이를 해소할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한 후 현장경영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같은 달 21일에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에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참석했고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이 회장의 새해 첫 현장경영은 1년전 오늘인 1월 10일에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회장은 △6G 통신기술 개발 현황 △국제 기술 표준화 전망 △6G 및 5G 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통신기술 트렌드를 살펴 보고 △미래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6G는 AI를 내재화 해 더 높은 에너지 효율과 더 넓은 네트워크 범위를 제공하며 AI, 자율주행차, 로봇, 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을 일상 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기반기술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 글로벌 표준화 절차를 시작해 2030년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이 회장의 새해 첫 현장경영은 그 해 경영의 큰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I를 중심으로 한 미래 먹거리를 잇달아 선보이며 장기적인 성장동력 마련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말 치러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분야 리더를 비롯해 차기 신기술 분야에서 역량이 입증된 우수인력을 다수 승진시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올해 첫 현장경영으로 지난해에 이어 신사업 현장을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한 후보는 로봇 관련 사업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에 대한 콜업션을 행사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올해 CES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가정용 AI 로봇 '볼리'를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만큼 이 회장이 로봇 관련 사업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재계에서는 대전에 위치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사옥이 이 회장의 첫 현장경영 행보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새해 첫 현장경영과 함께 이 회장의 리더십이 담긴 메시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15조원대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을 이뤘다. 그러나 하반기에 반도체 실적이 다소 침체되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안팎에서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현재 미등기이사인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삼성 준감위 2023 연간 보고서'에서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메시지가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항소심 선고 이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3일 이뤄진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단체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에게 삼성전자 위기와 관련한 메시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메시지를 내는 게 좋지 않게 보일 수 있다"며 "이미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등이 '무언의 메시지'로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리스크가 해소된다면 본격적인 대외 메시지를 내고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