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빗장 풀지만···DSR 강화로 '그림의 떡'
신한銀, 은행권 첫 가산금리 인하···대출상품도 판매 재개 월·분기별 관리·스트레스 3단계 시행···한도 5천만원 감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새해 들어 대출상품 판매를 재개하거나 가산금리를 낮추는 등 가계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지난해 말 총량관리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강화했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자, 공급 여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권의 대출 공급 확대에도 차주들이 기대할 만큼의 한도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한도 관리가 연 단위에서 월·분기별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돼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상품·만기에 따라 0.05~0.3%p 인하하고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 한도(기존 2억원)를 폐지한다. '대출취급 당일자 보유주택 처분' 조건의 전세자금대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가산금리의 경우 주담대(금융채 5년물 기준) 중 △주택구입자금용 0.1%p △생활안정자금용 0.05%p를 각각 인하한다. 전세자금대출(금융채 2년물 기준) 가산금리는 △주택금융공사 보증 0.2%p △서울보증보험 보증 0.3%p를 각각 하향조정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방식으로 산정된다. 가산금리에는 업무원가, 리스크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는데 주로 대출총량이나 이익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예컨대,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총량 조절 필요성이 커지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상향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바 있다.
신한은행이 가산금리를 인하한 것은 6개월 만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7월 15일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05%p 올린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가산금리를 높여왔다.
다른 은행들도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한편, 취급을 중단했던 일부 대출상품을 다시 판매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6월 중단했던 대면 주담대 갈아타기를 이달 10일부터 판매 재개한 데 이어 수도권 소재 2주택 이상 차주의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대면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상품 가입 제한조치도 해제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종 △NH직장인대출V △올원 직장인대출 △올원 마이너스대출 △NH씬파일러대출 판매도 재개했다.
KB국민은행도 연초부터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를 없애고 △구입자금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3년 이내 등 주담대 거치식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은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했고, 카카오뱅크도 1억원이었던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폐지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빗장을 풀고 있지만 심리적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가계대출 관리 수위를 높이겠다는 당국 기조에 따라, 은행별 한도관리 방식이 보다 체계화되고 촘촘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2025년 경제1분야 주요 현안 해법 회의'를 통해 올해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연간·분기별·월별로 관리하도록 하고, 자체 내부관리용 DSR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에 은행들은 연단위로 대출한도를 관리했기 때문에 상반기에 대출을 적극 공급하다가 하반기부터 총량규제 등 관리를 강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출한도를 월·분기별로 관리하게 되면 대출을 1년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효과는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매월, 매분기별 '대출 오픈런' 사태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해 대출한도가 갱신되면서 중단했던 상품들을 다시 열었지만, 자체적으로 DSR 관리가 강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대 만큼의 한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지난해와 같은 연말 총량규제가 있어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스트레스 금리 100% 부과) 규제 조치도 대출한도를 대폭 낮추는 요인이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DSR 시행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어 원리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연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변동형 주담대(30년 만기·분할상환 조건)를 받는다고 했을 때, 2단계 때는 6억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3단계 때는 5억5600만원으로 4800만원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