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적자 쇼크' 현대건설·현대ENG, 신임 대표 리더십 시험대

작년 잠정 영업손실 1조2000억···23년 만에 적자 현대건설 한남4 패배···현대ENG도 미수금 리스크 이한우·주우정 대표 '빅배스'로 체질 개선 박차

2025-02-01     오세정 기자
(왼쪽부터)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현대건설과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로 2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두 회사 모두 수장이 교체된 지 두 달여 만에 받아 든 최악의 성적표로 신임 대표들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31일 양사의 2024년도 실적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7854억원)에 비해 2조원 이상 줄어들며 23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은 '쇼크' 수준으로 현대건설이 받아든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여기에는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일부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손실 1조2209억원 중 약 1조원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발생한 손실로 알려졌다.

실제 별도 기준으로 보면 현대건설은 2023년 3405억원 흑자에서 1722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인해 1조24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11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장이 교체된 것도 이번 실적과 연관성이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는 각각 이한우 대표이사와 주우정 대표이사 사장이 새로 선임됐다. CEO가 교체되면서 전 CEO 시기의 잠재 부실을 이번 실적에 반영시켜 정리하는 '빅배스(Big Bath)' 전략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체질 개선의 막중한 임무를 받은 신임 대표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 전략기획사업부장과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주택통'이다.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로 내정돼 이달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으며, 대형 도시정비 사업 수주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우정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현대제철 경영관리실장, 기아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기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인물로 꼽힌다. 주 대표는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주문받았다.

수익 개선뿐 아니라 이들 앞에 놓인 경영 과제는 산적해 있다. 최악의 경영 실적을 받은 데 이어 도시정비 사업에서 6년 연속 1위라는 타이틀을 유지해 온 현대건설은 올해 상징성이 큰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340표(삼성물산 675표·현대건설 335표)라는 큰 격차로 패배해 자존심을 구겼다. 

양 사의 맞대결은 △시공능력평가 1·2위 △17년 만의 맞대결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 선후배 CEO 경쟁 등 다양한 관전 포인트로 업계 안팎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난 3일 공식 선임된 이한우 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한남4구역 현장 방문을 택하는 등 해당 사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한남4구역 수주 실패로 체면을 구긴 현대건설은 올해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서초구 신반포4차, 송파구 잠실우성1~3차 등 1조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대형 재건축 사업 수주전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시정비 부문에서의 명예 회복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사업에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프로젝트의 손실을 회계상 반영하면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2307억원으로, 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매출채권)은 1조6235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양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발표하며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30조3873억원, 수주 목표는 31조 1412억원, 영업이익 목표는 1조1828억원으로 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매출 14조201억원으로, 수주 13조1650억원, 영업이익 6331억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 극복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겠다"며 "주택 부문의 독보적인 브랜드 경쟁력과 견고한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한편, 다수의 성공 경험을 축적한 준설‧항만 등 핵심 사업을 선별적으로 추진하고 LNG 등 경쟁이 적은 사업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해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올 한 해는 임직원 모두가 공감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우리 회사는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시간으로, 그 답과 실행 가능한 풀이 방법을 하나씩 찾아내 궁극적으로 '지속 성장 토대'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은 기존의 관습과 관행에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소신 있는 소통'과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