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S, 올해도 '가시밭길'···딥시크에 트럼프 변수
HBM3E 공급, 고부가 비중 확대···2Q 이후 반등 하반기 HBM4 양산···파운드리, HPC 중심 수주↑ 올해 대내외 변수 확대···"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 DS부문이 지난해 반등을 꾀하는데 성공했지만, 예년과 같은 실적을 거두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대내외 변수가 많아 실적 회복이 특히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2024년 4분기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로써 DS부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초 DS부문의 영업이익 목표치인 11조5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 가량 초과한 수준이다. 여기에 2023년 DS부문이 14조8800억원 적자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DS부문의 영업이익 증가폭은 3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의 경우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생산량이 증가했으며 D램은 재고 수준이 개선돼 4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파운드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해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연간 최대 수주 실적 달성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며 "3나노 및 2나노 GAA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첨단 공정 기반 사업을 확장해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판매 비중 및 신규 수주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3E(5세대 HBM) 공급을 확대하고 하반기 HBM4를 양산해 실적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모두 시장 수요에 맞춰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첨단 공정 기반 HBM, DDR5, LPDDR5X, GDDR7,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뿐 아니라 당사의 개선 제품 계획 발표 이후 주요 고객사들의 기존 수요가 개선 제품 쪽으로 옮겨가며 HBM의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2분기 이후 고객 수요는 8단에서 12단으로 기존 예상 대비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내외 변수는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특히 중국산 AI인 딥시크의 등장으로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면서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연쇄적인 충격을 겪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신기술 도입에 따른 업계의 변화 가능성이 항상 있고 현재의 제한된 정보로는 판단하기 이르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의 훈련 과정에서 고사양 AI 칩 대신 저사양 칩인 엔비디아 H800이 사용된 만큼 고부가 제품뿐 아니라 범용 D램까지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만큼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은 올해 1월 1일자로 메모리 대역폭 밀도 2GB/s/㎟를 초과하는 사양의 D램 반도체를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새롭게 추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포함한 24개 무기금수국에 해당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려진 결정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중국 견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만큼 중국을 겨냥한 더 강한 제재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31일 딥시크에 수출통제 대상인 첨단 AI 반도체가 사용됐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대선뿐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대비해 왔다"며 "향후 구체적인 정책 입안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사업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생산 역량, 글로벌 공급망 관리 능력,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제품 경쟁력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같은 장점을 살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변화와 리스크에 대응할 예정"이라며 "당면한 도전을 기회로 삼아 적극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