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뒤흔든 '딥시크 쇼크'···국내 AI 기업에 기회일까
딥시크 'R1', 빅테크와 국내 기업 격차 줄일 것···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변수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만들어낸 이른바 '딥시크 쇼크'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이 저비용으로 챗GPT에 버금가는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해내며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가 뒤집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 있어 기회로 작용할 지 관심이 모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딥시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특화추론모델 '딥시크-R1'을 오픈소스(공개 소프트웨어)로 선보였다. 이 모델은 여러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최신 추론모델 'o1'과 대등하거나 일부 능가하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 557만 6000달러(약 80억원)에 불과한 훈련 비용과 저비용 GPU(그래픽처리장치)인 엔비디아 H800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등 경이로운 효율성이 드러나며 시장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빅테크와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들의 당혹감에도 국내 AI 업계는 이번 딥시크의 등장이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저비용 GPU와 저비용 학습으로 막대한 인프라 비용과 데이터셋을 쏟아붇는 미국 빅테크보다 좋은 모델을 만들어냈고, 그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를 한 것"이라며 "아직 추론 모델도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그들의 오픈 소스를 차용해서 더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역시 AI가 더 이상 빅테크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될 수 있다며, 딥시크를 위시한 오픈소스 진영의 강세로 한국을 비롯한 기타국이 미국 빅테크와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 역시 31일 리포트를 통해 "딥시크가 시장에 충격을 준 이유는 고성능 모델을 구현하는 데 있어 압도적으로 높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함의를 던져주기 때문"이라며 "딥시크의 방법론을 제대로 따라할 수 있다면 그동안 인프라 비용 투자가 어려워 진행되지 못했던 국내외 AI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딥시크의 개인정보 유출 및 데이터 무단 도용 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는 만큼, 중국의 저비용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을 우려해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앱)의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했으며, 미국 해군 역시 보안 우려로 내부 구성원들의 딥시크 AI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자신의 SNS 게시글에서 딥시크 개인정보 정책 약관과 관련해 "수집하는 정보가 매우 광범위하게 많다. 사용장비 정보는 물론 키보드 입력 패턴이나 리듬, IP 정보, 장치 ID, 쿠키까지 깡그리 수집된다"며 "수집 정보는 중국 내 보안서버에 저장된다. 미리 주지하고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이크로스프트(MS)와 오픈AI가 제기한 딥시크의 챗GPT 데이터 무단 도용 의혹도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최근 오픈AI가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 기반 기관들이 챗봇 훈련을 위해 자사 AI 모델에 반복적으로 질의, 대규모의 데이터를 빼내려고 시도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 대변인은 "중국 기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미국의 선도적인 AI 기업들의 모델에 증류를 시도하고 있다"며 "미국 기술을 탈취하려는 적대 세력과 경쟁사의 시도로부터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