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출 1위 위협받는 백화점 업계···돌파 전략은?
편의점 오프라인 매출과 격차 거의 없어 경기 불황에 패션·뷰티 등 매출 감소 탓 지난해 폐점한 롯백 마산점·올해는 현백도 리뉴얼·고급화·복합몰로 위기 돌파 노력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한때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였던 백화점 업계가 편의점에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전국적으로 외연 확장이 계속되는 편의점과 달리 지방 백화점들이 연일 문을 닫는 사태마저 발생하고 있다. 백화점이 주요 상품군으로 내걸고 있는 패션 등 품목 매출이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줄고, 소용량·소포장 위주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31일 산업자원통상부의 '2024년 연간 주요 유통 업체 매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백화점이 17.4%로 가장 높았지만, 편의점(17.3%)과 비교해 0.1%포인트(p) 앞서는 데 그쳤다. 0.7%p(백화점 17.4%, 편의점 16.7%) 차이를 보였던 2023년보다 격차가 더 준 것이다.
이처럼 백화점 매출이 부진한 것은 그간 주력 상품이던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감소한 탓이 크다. 지난해 12월 패션·잡화 카테고리의 오프라인 매출은 3.8% 감소하며, 카테고리 중 가장 하락폭이 컸다. 통상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가 판매되고 크리스마스 등 이벤트가 있어 최대 성수기로 꼽는 연말 시즌의 백화점 매출 감소는 경기 불황과 무관치 않다. 이에 2021년 12월 36%에 달하던 백화점의 업태 성장률은 △2022년 10.3% △2023년 5.9% △2024년 1%로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국내 5대 백화점 68개 점포의 합산 매출은 총 39조8003억원으로 전년(39조4281억원)보다 0.9% 증가한 것에 그쳤다. 2021~2022년 2년 연속 전년 대비 10% 이상씩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편의점은 오히려 경기 불황의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1~2인 가구 증가와 외식 물가 상승 등에 맞춰 도시락·소용량·소포장 식품을 특화한 편의점은 고객 확보에 유리했다. 집에서 먼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단 가까운 편의점에서 당장 먹을 만큼의 식품만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식품과 단순 생필품 판매 외에도 고급 주류, 굿즈, 패션·뷰티, 스포츠용품 판매는 물론 약품, 현금 인출 서비스, 택배 서비스 등까지 다룬다. 품목별 할인 행사와 통신사와 연계한 물품 금액 상시 할인 혜택도 있다.
지난 2007년 1만여 개였던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해 5만5000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 가운데 국내 편의점 상위 3개 업체(GS25, CU,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2023년 말 기준 CU 1만7762개, GS25 1만7390개, 세븐일레븐 1만3130개로 1년 새 1000개 안팎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매출 성적이 좋지 못한 백화점들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월 매출이 가장 낮은 마산점을 폐점했고,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도 추진 중이다. 관악점·상인점·분당점·일산점·대구점 등도 정리 대상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들 점포는 지난해 각각 1100억~1800억원대의 매출을 내고 있는데, 점포 한 곳이 사라지면 1500억원 안팎의 매출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럼에도 운영비를 고려해 점포를 줄이고, 매출이 높은 곳만 운영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6월 중엔 서울 구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도 폐점 예정이다.
어려운 상황 속 백화점 업계는 점포 재단장(리뉴얼)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다른 유통사가 가질 수 없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체험형 매장을 만들어 이를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미래형 점포'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미래형 점포 '타임빌라스'에 승부를 걸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국내 타임빌라스 점포 수를 13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타임빌라스는 복합 쇼핑몰로 단순 제품 판매 외에도 브랜드들의 팝업 스토어와 지역 유명 식당·F&B 브랜드 등의 입점, 놀거리 등이 결합된 공간이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1분기 중 강남점 푸드마켓(슈퍼마켓)을 리뉴얼 오픈해 국내 최고 수준의 '초신선',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8월에는 즉석식품관(델리)를 새로 단장해 국내 최대 규모인 6000평의 식품전문관을 완성할 계획이다. 단순 쇼핑을 위한 곳이 아니라 고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업계 최단기간 매출 1조원 돌파 기록을 경신한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방 부실 점포를 리빌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백화점과 아웃렛의 강점을 모은 새로운 유통 포맷 '커넥트 현대' 브랜드를 선보이고, 지난해 부산(현대백화점 부산점 리뉴얼)에 이어 올해 청주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