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편관세' 폭탄 터뜨렸다···국내 기업도 '영향권'
트럼프 1기 멕시코·캐나다 이전했지만 재차 타격 "기술력으로 미국 내 점유율 확대 기회 활용해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관세' 부과가 현실화함에 따라 멕시코 등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받게 됐다.
향후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공장과 TV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와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기아는 몬테레이에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K3 17만5000대, K4 6만4000대, 투싼 1만4000대 등 차량 총 25만3000대를 생산했다.
북미 지역 핵심 광물 생산지인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업체들이 진출한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7월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에 나섰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 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인근 지역으로 거점을 옮겨왔다.
하지만 2기 들어 새로운 관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또 다시 생산 기지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던 건조기 라인 일부를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냉장고 생산 기지를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있는 세탁기·건조기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고율 관세가 부과된 제품은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유통업체와도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무차별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유럽연합(EU)와의 무역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불공정하다"며 관세 부과를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언급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주요 수입국인만큼 향후 관세 부과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석유,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미국 내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업체로의 수출이 위축되고,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영향력이 우려만큼 크지 않으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일례로 철강의 경우 한국은 이미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톤 무관세'를 적용받아 수출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당시 세이프가드 조치에도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다"며 "기술 잠재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미국 내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