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홀로 구조조정 '안정권'
은행권 구조조정 한파 '우려'
노사합의 통해 상생의 길 마련해야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글로벌 경제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허리띠 조이기에 들어갔다. 최근 국민의 혈세로 유동성을 공급받으면서 극심한 '돈가뭄'의 고비를 넘긴 은행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은행권에도 '마른걸레를 쥐어짜듯' 연봉삭감, 임금동결, 본부축소 등의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연, 일각에서는 IMF이후 10년만에 금융권에 구조조정의 폭풍이 밀려오지 않을까하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지난 4월에 '노사화합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하나은행의 경우 적자전환에도 불구 오히려 인원을 신규채용을 늘리는 등 눈에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칼바람' 몰아친다
최근 은행권의 구조조정에 신호탄이 된 것은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이다. 영국계인 SC제일은행은 지난 9월 '희망퇴직제'를 통해 190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본점 슬림화'를 통해 본부를 95개로 줄이고 본부직원 중 140명 가량을 지점으로 재배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 은행도 희망퇴직을 놓고 노사간의 협의를 진행중이다. 행원의 경우 보통 근속년수가 만10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던데 반해 올해는 만 5년 이상이면 신청가능하다. 또 5급 직원의 경우도 지난해 197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가 대상이었으나 올해는 1975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가 그 대상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수협은 지난달 23일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과 정부의 유동성 지원 대책에 따라 위기극복과 고통분담 차원에서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히며 현재 2258명인 직원을 연말까지 2190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임원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농협 역시 서울 본점의 인력 중 일부를 지점으로 재배치하고, 이를 거부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노사간의 진통이 예상된다.
그 밖에 임원 삭감, 비용축소 등 '허리띠 조이기'에 들어간 국민, 우리, 신한 등 시중은행 직원들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어닥칠까 노심 초사한 모습이다. 최근 3분기 실적이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데다 실물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때문이다.
이러한 은행권의 인원감축에 대해 한 외국계 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사정이 워낙 안좋아서 무조건 반대할수도 없는 입장이지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적 조정이 이뤄질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더욱이 올 하반기 은행권은 '청년실업 해소'라는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채용인원을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등떠밀리기식' 채용으로 기존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나銀, '고통' 분담하자
하지만, 하나은행은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노사화합 공동선언문'을 통해 "은행의 경영 현안에대해 공감하고, 이를 극복해 은행의 신인도 및 영업력 신장을 제고하는데 노사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단체 행동을 자제할 것이며 경영악화 등 필요한 경우에 임금인상 자제 등 경영정책에 적극 협력키로 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정부의 법인세 1조7000억원 부과와 극심한 노사갈등 등으로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노사협약으로 전환국면을 맞았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올해 900명을 채용하고 460여 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 3분기 8년만에 적자를 기록한것을 감안하면 다소 놀랍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지난 4월 힘겨운시기를 함께 넘기면서 노사간의 관계가 견고히 다져진 결과"라며 "서로간에 고통을 분담해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강압적 구조조정보다는 노사간 화합을 이루는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대로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가 예고되면서 올해 말부터는 고용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임금인상을 미루더라도 고용을 안정시키면서 침체기를 견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