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신용등급 낮은 회사들 '그림의 떡'
[서울파이낸스 옥정수 기자]지난해 말 시장안정화를 위해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투자대상의 신용등급이 너무 높아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산은자산운용이 지난 12일, 이달 말까지 신용등급 A~BBB+ 회사채, A등급 여신전문금융채권, AAA등급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산은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5조원으로 조성된 채안펀드는 23일 현재 약 8천억원 가량 매입됐다. 펀드가 조성된 지 1달이 지났지만 조성금액의 약 80% 이상이 매입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시장안정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채안펀드가 높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정작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펀드인 만큼 3년 만기 중도환매 금지의 사모펀드 형태로, 17개 국내 은행과 38개 보험사, 36개 증권사 등 총 91개 금융회사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러한 채안펀드의 운용지침에 따르면 투자대상은 회사신용등급 'A' 이상으로 하되 이 중 'AA' 미만 회사채에는 신용보강을 요구한다. '초우량' 채권에 한정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투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는 A~BBB등급인데, 이들에게는 넘기 힘든 산인 것이다.
여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여전사 중 채안펀드는 현재 카드채만 매입하고 실질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캐피탈사 등은 아직 매입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채안펀드를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등급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채안펀드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신용보강을 해야 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에 대해 산은자산운용 김형기 본부장은 "다음주에 신용보강 과정을 거친 회사를 대상으로 1조원 정도 채안펀드를 매입할 것"이라며 "점차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를 대상으로 매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말까지 1조원 정도를 신용보강 과정을 거쳐 A~BBB+ 등급이 된 회사채 등을 매입하고, 2월 중에는 BBB+ 등급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1조원 이상을 매입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어 "금융회사의 투자자금으로 조성된 채안펀드의 성격상 투자 리스크가 커지면 회사의 BIS비율(자기자본비율) 역시 낮아져 신용도가 낮은 회사로의 투자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17일 1차로 5조원으로 조성된 채안펀드는 하나의 통합펀드를 두고 그 밑에 투자대상별로 4개의 하위펀드를 구성하는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 형태로 운용된다. 현재 통합펀드의 운용은 산은자산운용이 맡고 4개 부문의 하위펀드를 8개 운용사가 나눠서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