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1억 포상금제도 '꿈보다 해몽'(?)
직원들간 불신조장 '우려'
"개혁 통한 정체성 확립 필수"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농협이 '비리천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기저하 및 직원들간 불신만 키울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각 지역농협들은 잇따라 '윤리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듯 농협이 국내 580여개 공직유관단체 중 비위 면직자 발생률 1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방만경영과 도덕적해이 논란이 매년 반복되는 데 따른 내부적인 자성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농협중앙회 차원의 윤리경영 움직임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농협중앙회는 최원병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윤리경영실천 자정 경의대회'를 개최하고 ▲횡령 등 사고에 대한 제제기준 강화 ▲내부제보 포상금 인상 ▲지역농협 및 계열사에 대한 '클린카드' 도입 등의 윤리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하고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중앙회는 특히 임직원 사고에 대한 제재기준을 강화해 공금횡령 또는 금품수수 적발시 징계해직하고 200만원 이상 횡령시에는 예외없이 형사고발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내부의 비리제보에 대해서는 종전 최고 1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포상금 한도를 확대했다.
농협이 포상금 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은 농협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안팎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실제 농협은 지난 3년간 적발한 공금횡령 직원 35명 가운데 8명에 대해서만 형사조치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의 경우 고의적인 공금횡령의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통한 사전차단에 힘쓰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앙회장 및 조합장 중심의 농협 지배구조 특성상 포상금 확대와 같은 극단적인 유인책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자칫 농협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직원들간 불신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얼마나 비리가 많으면 포상금을 1억원까지 주는지 참으로 한심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직원들은 '농협이 워낙 비리가 많아 1억원씩 포상금을 줄 경우 회사가 거덜날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상금 제도의 경우 직원들간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꺼리고 있는 제도"라며 "농협의 경우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신경분리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