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EO 연봉 삭감해도 10억원대
신한금융 회장 10.5억, 사장 9.8억
작년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봉을 삭감했지만, 여전히 1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CEO의 연봉을 큰 폭으로 늘린 금융회사도 있어 작년 연봉 삭감이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4일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이 금융회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작년 급료와 성과급, 활동수당을 합해 연봉으로 각각 10억5천200만원과 9억8천2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08년 연봉 13억7천500만원과 12억8천500만원 비해 각각 23.5% 줄어든 액수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작년 실적이 부진해 성과급이 줄어든데다 기본급을 30%가량 자진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2007년에 비해서는 각각 11.5%와 11.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라 회장과 신 사장의 2008년 연봉이 2007년에 비해 15.6%와 13.9%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본급이 포함된 급료는 2005~2007년 3년간 4억2천만원과 3억8천만원으로 같았지만, 2008년 5억7천만원과 5억2천300만원으로 35.7%와 37.6% 급증한 뒤 작년에는 2007년 수준인 4억2천만원과 3억8천500만원로 줄었다.
배 의원은 작년 급여 삭감에 대비해 2008년에 미리 급료를 큰 폭으로 인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은행인 외환은행의 상임이사는 급료로 1인당 5억5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과급과 활동수당을 포함한 연봉은 신한금융 CEO의 연봉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은행은 래리 클레인 행장의 급료와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지방은행인 경남은행 상임이사의 급료는 1억2천300만원으로 외환은행 상임이사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문동성 경남은행장의 급료는 1억8천800만원으로 신한금융 라 회장과 신 사장 급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민유성 행장은 작년에 4억6천2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아 2008년보다 9.1% 증가했다. 본봉은 전년과 같았지만, 성과급이 14.7% 늘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의 연봉은 작년에 각각 4억8천400만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5.4%와 18.2% 줄었다. 윤 행장과 김 행장의 본봉은 작년에 51.1%와 53.9% 줄었지만, 성과급은 33.3%와 33.6% 증가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경영진이 작년에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각각 1억4천900만원과 1억6천400만원이었다.
국책은행장들의 성과급 최고 한도는 본봉의 2배 수준인 3억원대여서 금융위기 이후 기본급 삭감이 무늬만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작년 급여 체계를 변경하면서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 최고 한도를 종전 본봉의 1.2배에서 2배로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배 의원은 "신한금융지주처럼 상당수 금융지주회사 CEO의 연봉이 10억원에 달하는 것은 중소기업과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기 배만 채우는 것"이라며 "CEO 간 자리싸움인 KB금융과 신한금융 사태를 막으려면 금융지주사 CEO의 임기와 연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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