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제 다시 '뜨거운 감자'로

2010-12-23     임해중 기자

제도안착 "대체 언제쯤 되려나"

[서울파이낸스 임해중·이승연 기자] 공공관리자제도가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공공관리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면서다.

보고서는 공공관리제 안착의 가장 큰 걸림돌로 획일성을 꼽았다. 이 제도가 모든 정비사업 현장에 일괄적으로 적용돼 주민들의 의사가 묵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이 주민의 '재산권'을 담보로 진행되는 사업임을 감안하면 제도 도입 여부에 있어 주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분양시장의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비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제도 안착 여부가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두성규 건산연 연구위원은 "당초 공공관리제의 도입 취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비리사슬을 끊고 비용을 절감, 사업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라며 "시장에서도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의 부패나 충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아직 제도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서울시 모든 지역에 일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이라며 "채택 여부는 주민이나 조합원의 선택을 존중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분쟁처리시스템의 보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재산권 가진 주민에 '선택권' 부여해야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공공관리제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성수와 한남 등 공공관리제 시범지구에서 추진위 구성까지 비용을 대폭적으로 절감하며 제도도입의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의 실시 및 평가와 같은 충분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획일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오히려 추진위 구성까지 시간이 지연되고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등 역효과를 불러오며 시장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비리 '복마전'으로 불리는 정비사업에 있어 비용절감, 업체 비리사슬 일소 등 공공관리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개인의 재산권 행사와 공공성 측면에서 부동산시장의 시각이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셈이다.

두 연구원은 "아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고,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도입에 있어 주민이나 조합원의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추진위나 조합의 전문성 보강,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확대, 정비사업 관련 분쟁처리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은 관리감독만, 책임은 민간에 전가

한편 공공관리제가 가장 질타 받는 부분 중 하나는 정비업체나 시공자 선정 등 업체 선정에서 공공이 주도권만 행사하고 정비사업의 가장 큰 쟁점인 이주대책 및 철거에 대한 책임은 민간에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공이 추진위 구성비용만 부담, 구성 후 추진위나 조합 운영비용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음으로써 "단물만 쏙 빼먹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하는 공공독재"라는 비난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주민총회 한번 하려고 편지 한 통씩 보내는 것부터 다 돈이다"라면서 "추진위부터 조합설립 이후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실효성 없는 융자지원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성토했다.

강정민 법무법인 영진의 변호사는 "제도 안착을 위해 후속입법이 필요한 이유는 민간영역에서 처리가 쉽지 않은 세입자 보상이나 철거 등과 관련한 갈등 및 분쟁을 전적으로 민간에 맡겨놓았기 때문"이라며 "공공관리제는 정비업체 선정이나 시공사 선정지원 등 관리 감독권한에 그 기능을 집중하기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도시정비법상 시공사 선정 시기는 조합설립 이후지만, 서울시가 조례 개정으로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춘 점도 혼선의 여지가 크다"라며 "획일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주민의 재산권행사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결과라는 건산연 보고서가 공공관리제 정비를 위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연구원 또한 같은 취지로 "주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 공공이 과도한 책임논란에서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시공사 선정시기 등 혼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법 개정 또는 조례의 위법성 여부를 조기 확정해야 한다"고 전해 아직 제도 안착을 위한 갈 길이 멀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