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금융산업 구조를 다시 보는 기회로
아예 금융산업 구조를 다시 보는 기회로
  • 홍승희
  • 승인 2004.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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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솎아낼만큼 솎아냈고 그 후로도 몇몇 곳이 더 파산했던 저축은행에서 또다시 일이 터졌다.
정부가 일단 영업정지조치를 내린 부산 소재 한마음상호저축은행 문제는 저금리 시대의 자산 보전을 위해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특히 저축은행들이 소액 저축의 중심축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터져나와 업계 전반의 경영에도 악영향이 미치게 생겼다.
총부실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실사 결과가 나올 한두달 뒤에나 확실히 알겠지만 한마음저축은행의 처리 문제는 당국으로서도 매우 골치 아픈 사안임이 분명해 보인다. IMF체제를 겪으면서 금융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과는 달리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솎아내기를 했던 금융당국이지만 어느면에서 그 때보다 지금이 정책적 결정을 내리기에 더 곤란한 상황일 수도 있겠다.
70년대 초 지하금융 양성화조치의 하나로 사채놀이를 하던 무진회사들을 신용금고로 제도금융권 안에서 끌어안아 저축은행으로까지 격상은 시켜놓았지만 이제 그 실효성이 다 한 듯 각 시도에 한두개 정도씩 남았던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무너져 가고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대부업이 치밀고 올라왔지만 그마저 슬그머니 제도권 밖으로 회유하는 지경이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잇단 파산이나 대부업체들의 자진 제도권 이탈 현상은 제도권 밖에서 사금융들이 번성할 수밖에 없었던 토양을 애써 무시하고 제도권에 끌어들여 모양 만들기에만 급급했던 결과일 것이다. 이는 지나친 비유일지 모르나 마치 문제 청소년을 선도한답시고 소년원에 보내놓으니 아예 범죄자로 더 머리가 굵어져 나오는 꼴이다.
문제 청소년들 가운데 상당수는 실상 매우 창의적이어서 고지식한 기성의 틀에 잘 적응을 못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어른들이 내놓는 해법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왜 문제를 일으켰는지 원인을 살펴보지 않고 일어난 행위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평가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방적 시각에서 일률적으로 처리된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 결과들을 만들어낸다.
사금융을 제도권 안에 끌어들인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겠으나 지나치게 융통성없는 틀로 묶어둠으로써 그 나름대로 갖고 있는 생명력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오늘날 잇단 저축은행 파산 사태로, 대부업의 제도권 밖 회귀하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업종은 그 나름의 사회적응력을 갖고 있으나 그런 독자성을 무시하고 제도권 금융기관 관리 경험에 입각해 처방을 내리면 그 개성이 죽고 결국은 업체 자체가 존속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설마 그렇기야 할까만은 사금융이 제도권에 들어와서 죽기로서니 뭐가 문제냐고 묻는 당국자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될만큼 우리 사회에서 정책 당국자들은 너무 모범답안에 매어있는 모범생 집단이다. 모범생, 모범답안이 뭐가 문제인가 싶겠으나 사회가 운용돼 가는데 있어서 그 모범답안이라는 것은 실상 사회를 살리는 건강한 해법이 되기보다 사회의 숨구멍을 막는 짓이 될 때가 더 많다.
인간이 호흡은 호흡기관으로만 한다고 생각하고 전신에 비닐랩을 씌워놓는다면 살 수 있을까. 궁극의 결과는 죽는다이다. 인간은 호흡기 외에 호흡기라고 불려지지 않는 피부로도 호흡을 하기 때문에. 전신 화상환자들의 경우 피부호흡을 못함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국자들이 아예 이 기회에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나 정책기조를 다시 한번 살펴봤으면 싶은 마음에 장황한 얘기를 늘어놨다.
70년대 고도성장의 동력 중에는 한푼두푼 늘어나는 적금통장에 희망을 걸고 분골쇄신해온 공장 근로자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민들이 생활의 활기를 잃는 것은 희망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희망은 로또복권 당첨과 같은 극적인 방법으로 찾아올 게 아니다. 그 서민들이 지금의 거대해진 은행을 통해 그런 희망을 키울 수가 없다. 서민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려면 이자 좀 붙는 재미에 저축하고 급할 때 부금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는, 그런 서민금융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걸 담당할 금융기관을 제대로 육성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은행 이자 낮춘다고 무작정 모든 금융기관 이자를 낮추도록 윽박지르지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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