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대기'없는 國監되길
'출석대기'없는 國監되길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10.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국정감사철이 되면 금융권은 참 바빠진다.

지난핸가는 국정감사 준비를 철야근무를 밥 먹듯 하던 감독원 직원 한분이 과로사로 세상을 뜨기도 했다.

국책은행이나 정부출자기관은 물론 ‘국정’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는 시중은행들 또한 의원들이 감독당국을 통해 ‘지시’한 자료 작성과 제출로 정신이 없다.

매년 만들던 내용이라 ‘하던대로’ 하면 되지만 의욕이 앞서는 의원들이 황당한 자료를 요구하면 실무자들은 죽어나기 마련이다.

또 이맘때면 평소 만나기 어렵던 금융계 고위 인사들도 국회 인근에서 흔히 만나게 된다.

지난해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와중 여의도에서 만난 한 금융계 고위 인사는 “바쁜 사람 불러놓고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없더라”며 분개해 했다.

그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그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국회에서 ‘출석대기’로 하루를 기다린 끝에 결국 국감이 연기되면서 다음에 다시 부르겠다는 통보를 받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휴가도 못가고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하루종일 기다리게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며 “하루 자리를 비우면 얼마나 큰 업무공백이 생기는지 이해나 할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터트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올해에는 제발 바쁜 분들 불러모아놓고 서로들 싸우기 바빠 의자에만 앉혀 놓는 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또 최근에는 보기 어려워진 모습이기는 하지만 수신업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수출입은행에서 ‘수신고 현황자료’를 내놓으라고 호통치는 의원, 감사보다는 대출청탁에 바쁜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특히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올해 국정감사에 대비하는 의원실을 취재하면서 느낀 ‘열심히 공부하는 의원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전에만 해도 보좌관이나 비서관에게 떠맡겨 놓고 감사장에서는 적어 준대로 질문하다 용어를 잘못 읽어 듣는 이를 곤혹스럽게 하는 분들이 등장하곤 했는데 올해에는 이런분들이 더 이상 없을 듯 하다.

아울러 ‘금융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어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민망한 내용을 해명하라고 호통치는 의원을 올해에는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올해에는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논의를 심도 깊게 진행하겠다는 결의들을 다지고 있는 만큼 예년과는 다른 국감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