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소비자이익에 역행"-한기정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방카슈랑스, 소비자이익에 역행"-한기정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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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보험상품을 판매한다는 방카슈랑스는 내년 4월에 2단계 개방을 앞두고 있다.
2단계 개방을 하면 은행은 생명보험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까지도 판매할 수 있다. 보험권과 은행권은 2단계 개방에 대해 절박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보험권이 더 절박해 보인다. 방카슈랑스가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험권은 방카슈랑스가 자신에게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취지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소비자의 선택 기회가 확대됨으로써 소비자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기존에 보험권에 없던 불공정행위가 새로이 대두되어 소비자의 이익에 역행하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들린다. 진정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금융감독원이 금년 3월 15일부터 보름동안 국내 11개 보험사 및 9개 은행의 방카슈랑스 운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대출고객을 상대한 구속성 보험(일명 꺽기), 무자격 직원의 보험 모집, 계약조건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 등의 불공정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OO은행의 경우 대출담당 직원이 259건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319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했고 OO은행도 13건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4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한다.
대출권한을 갖고 있는 은행이 대출과 보험을 연계시키는 것이 소비자의 이익에 반함은 별도의 논증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자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 필요치 않은 보험을 가입해야 하거나 필요한 경우라도 자신이 원하는 다른 판매채널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보험권의 불만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즉, 구속성 보험은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는 지적이다. 연고모집으로부터 비롯된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보험권의 자기성찰과 변화노력을 통해서 차츰 개선되는 과정에 방카슈랑스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는 것이다.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꺽기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 방카슈랑스의 도입 과정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가 갖는 장점을 내세워 도입하고 보자는 것은 정부당국의 의지이자 은행권의 바램이었다. 안전장치로 제시된 것이 보험업법 제100조와 제209조였다. 제100조에는 꺽기를 금지하는 것, 제209조는 위반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은행권의 공공연한 관행인 꺽기를 이러한 법규정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공연한 기대였던 것 같다. 대출과 예금의 연계를 금지하는 은행법감독규정 제88조가 존재하지만 은행권 내에서도 꺽기는 건재하지 않은가.

이제 무슨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먼저, 경미한 처벌수준을 개선해야 한다. 은행이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는 것이 두려워 꺽기를 못할까. 꺽기에 대해서는 과징금의 부과, 해당 임직원의 징계,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꺽기 등 각종 불공정행위가 근절된다는 담보 없이는 2단계 개방을 미루는 것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방카슈랑스의 도입취지가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있다는 점을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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