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治水)와 권력
치수(治水)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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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사회에서 치수 능력은 권력의 향배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치수법이 어디로부터 나왔느냐에 따라 역사의 주인공이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가 그 치수 문제로 인해 연일 시끄럽다. 이명박 정부가 반대를 물리치고 회심의 역작을 만들겠다고 강행하는 4대강 사업이 홍수에 취약하다느니,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느니 갑론을박하는 중이다.
 
계절적으로 보자면 올해 홍수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런데 벌써 4대강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 여러 곳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하다보니 그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동북아에서는 올 여름 강수량이 매우 많아질 모양이다. 이미 지난 28일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폭우로 1만6천명 이상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보다 앞서 25일과 26일에는 최대 2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제방이 무너져 강과 하천이 범람했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서 처리할 수 있는 중국은 그렇다 하고 북한의 피해도 만만찮아 보이는 데 이미 온 비는 그렇다 하고 올 여름 북한 지역에 강수량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어서 유엔 산하 기구와 국제적십자사가 북한의 홍수 대비 방재계획이며 구호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관심을 쏟고 있지만 정작 남한 정부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보다는 임진강 수계에 북한 쪽 댐 방류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편이다. 임진강 범람이라도 일어나면 자칫 4대강 유역의 홍수 피해가 묻혀버릴 수도 있을 분위기다.
 
어떻든 올 여름 중국 땅과 한반도에 강수량이 예년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4대강의 홍수 가능성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한반도 남부에서도 29일, 30일 이틀간 최대 2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다음날까지 국지성 호우가 예상된다고 하자 국무총리가 나서서 철저한 수해 예방대책을 주문하고 나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장마가 끝나고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이 완료되는 9월 혹은 10월 중 ‘4대강 사업 완료 기념 개방행사’라는 이름의 축제를 준비 중이란다. 환경단체에서 입수한 정부 문건에 따르면 4대강 유역의 지자체에 각 지역별로 지역축제를 4대강 사업 완료 시점에 맞춰 연계 행사를 벌이도록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홍수에 문제를 일으킬지 아닌지, 정부의 주장이 옳은지,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옳은지는 올 여름 큰 비가 지나봐야 알 수 있겠다. 큰 비가 안 오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유야무야 넘어가고 신나는 축제마당이 벌어지겠지만 정말 큰 비가 와서 여기저기 문제가 드러나면 한국에서는 고대사회에서 벌어졌던 지도자 심판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분위기가 그만큼 뒤숭숭하다.
 
이번 장마에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4대강 유역에서는 직접적인 수해도 수해지만 지난번 구제역 파동 당시 뒤늦은 처방을 만회하려는 듯 무자비할 정도로 강행됐던 살처분 가축의 매몰지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그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 지역이 무려 4,60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4대강이든 구제역 가축 매몰지든 홍수로 인해 문제가 터질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다만 정부가 부인하고 메이저 언론들이 입을 다물어 시중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을 뿐.
 
그런데 6월말 단 며칠의 집중호우에 그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축 매몰지는 지자체들이 침출수 유출 우려가 높은 곳들을 중심으로 서둘러 대책을 세우면서 웬만큼 대비가 되는 듯하다.
 
문제는 4대강이다. 가축 매몰지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상황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4대강 문제는 내내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일이어서 더 걱정스럽다. 현장을 지켜보는 각 지역 환경단체들은 벌써 발생한 피해들조차 정부가 자꾸 은폐하고 있다고 분노한다.
 
현장에서는 일이 벌어졌다는데 정부는 아무 ‘문제 없다’를 넘어 ‘좋아졌네, 좋아졌어’만 외치는 풍경은 너무 오래 봐오던 일이다. 이제 좀 바뀔 때도 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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