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상한 '표퓰리즘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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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신용금고' '현대스위스신용금고' '토마토신용금고'

이런 식으로 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말로만 떠도는 게 아니라 현실화 되고 있는 이야기다. 지난 27일 정옥임 의원을 대표로 한나라당 의원 30명이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하고 나섰다.

법안은 저축은행을 은행으로 착각하는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전형적인 '표'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이 파다하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는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달에는 부산지역 의원들이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보상해준다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성난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심하게 '오버'한 것이다.

'신용금고' 명칭변경 법안 발의 역시 다분히 다가온 정치계절을 의식한 몸부림이다. 저축은행을 두드리면 내년 총선에서 표심(票心)이 열릴거란 기대가 작용했다. 

이런 '이상한 법안'이 발의되는 현실이 코미디다.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상상력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저축은행을 일반 은행으로 착각해서 예금한 금융소비자가 몇명이나 될까.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너무 낮게 본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현재 저축은행 수는 97개에 달한다. 고객수도 400만명 가량 된다. 예금액은 60조가 넘었다. 고객 대부분이 서민층으로 노후자금이나 결혼준비자금을 맡겨둔 말그대로 서민금융기관이다.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명칭을 바꾸면 우량 저축은행에서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입법권을 남용해 금융권을 교란시킬 게 아니라,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시로 당명을 바꿔온 정치권의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개명법안'이 해프닝으로 기록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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