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 기업공시 '인력이 부족하다?'
[기자수첩]금감원 기업공시 '인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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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종헌기자]일부 증권사들이 모호한 기준을 적용해 시장 점유율을 멋대로 공시하고 있다. 수년째 반복이다. 주식 수탁수수료 시장 점유율 공시가 그것이다. 정확성이라는 공시의 특성에 주목하면 허위 공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은 공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조차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큰 틀에서 문제가 없으면 대강 보고 넘어가는 듯하다. 물론 변명은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올 초 대형 증권사의 주식 수탁수수료 시장 점유율이 정확히 공시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기업공시국은 감독을 좀 더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몇 달도 안 돼 다시금 일부 증권사의 허위 공시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버젓이 공시돼 있다. 증권사간 시장점유율이 3%p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공시도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백억원이다. 있지도 않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는 허위 공시를 금융당국이 묵인해 준 셈이다.

올초 밝힌 '(감독은) 철저히'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린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을 두고 '양치기 소년'이란 풍자가 나오는 것이 비단 수장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까닭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의무는 투명한 공시다.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 공시이기 때문이다. 공시가 흔들리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은 것이라도 정확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한국형 헤지펀드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IB를 육성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금융사들이 마음껏 세계시장에서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취지다.

금융당국이 그리는 글로벌 로드맵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우선 무방비 상태인 '공시공백'을 메우는 일이 더 급하지 않을까. 금감원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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