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름 값 인하 종료, 정유사만 옥죄는 정부
[기자수첩]기름 값 인하 종료, 정유사만 옥죄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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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으로 내렸으니 올릴 때도 아름답게 올려라"

정유사들에 대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압박이 시작됐다. 최틀러라는 별명처럼 '아름답게' 정유사들의 목을 죄기 시작했다.

정유사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3개월간의 '통큰' 기름값 100원 인하 조치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허창수 GS 회장도 "그만큼 고통 분담했으면 충분한 거 아니냐"며 정부에 강도 높은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허 회장의 발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GS칼텍스가 리니언시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SK에너지 등 다른 정유사들을 과징금 수렁에 빠뜨린 것이다.

이도 모자라 정부의 압박이 시작되자마자 GS칼텍스는 충성스런 신하처럼 바로 '단계적 환원'이라는 묘책을 내놨다. SK에너지 등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에 동참하고 말았다.

7일 0시 3개월 한시적으로 시작된 기름값 할인 정책이 끝이 났다. 정부는 서민경제 안정이란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러나 정유사들의 팔을 비틀어 얻어낸 기름값 할인 정책은 시작 초반부터 정유사들과 주유소들의 불협화음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시행 중에도 소비자들은 "정말 100원을 내리긴 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기름값 인하 종료를 앞둔 시점에는 일선 주유소들에서는 기름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정부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유통질서 바로잡기란 '생색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부의 '밀어부치기식 인하 압박'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조원이 넘는 유류세를 더 걷으면서도 유류세 인하는 도외시한 채 지경부 등 정부 부처가 전방위로 기름값 인하를 종용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유류세 인하는 유가가 130달러 이상 올라야 검토할 수 있다"며 "현재는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현재 전국 보통휘발유 판매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선에 근접하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정유업계만 압박하는 밀어붙이기식 정책만 펼치고 있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자율 경쟁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하면서까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유류세 인하를 왜 주저하고 있는지. 기름값 인하로 모든 사람들이 만족을 했는지를.

최근 기름값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분명 머지않아 고유가 시대가 또 올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이쯤에서 유류세 인하라는 통큰 결정을 해야 한다. 기업들을 압박해 얻어내는 일시적인 효과는 시장혼란만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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