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게 물가뿐인가
불안한 게 물가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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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위험한 물가상승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더불어 서민경제에 심각한 위험신호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부터였지만 정부는 계속 이를 방치해오다 정치일정에 쫓겨 뒤늦게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경제 요소들을 보면 물가와 가계 빚을 팽개친 채 수출실적 높이기만을 위해 올인 하던 정부의 편벽된 정책이 마침내 환율의 벽에까지 부딪쳐 속수무책인 듯이 보인다. 환율과 금리를 오로지 대기업 위주로만 조정한 결과로 수출실적은 좋아졌다고 발표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 중 환율이 반란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계 빚은 이미 지난 1분기 중 800조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경상수지는 1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4월말 기준 18억 달러에 이르렀다. 정부 정책의 포인트를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오히려 한국경제에 덫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 빚이 그렇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서민들의 소득은 늘지 않는 가운데 폭등한 물가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는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거푸 당초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

그런 정부발표 물가를 서민들은 믿지 않는다.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는 최소한 정부 물가상승률의 몇 배씩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물가상승률은 그나마 주택매매가가 억제되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월세는 법적 제한이 무의미하게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집 없는 서민들을 이래저래 고달프게 한다. 고달픈 수준을 넘어 살맛을 잃게 하는 수준이다. 오르는 수준이 어지간한 서민가계의 1년 연봉을 넘어서니 전세 살던 이들이 집을 줄이거나 월세로 옮겨 앉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이끌어가는 강남의 재건축이 묶이며 공급이 더 이상 늘지 않는데 수요는 나날이 늘어가며 이 지역 전세가를 대폭 올려놨고 그 여파는 수도권으로까지 이어진다.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 갖고 강남에 전세 사는 이들이 강남 전세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수도권 아파트 세입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학군을 쫓아갔든, 직장 가까이로 옮겨갔든 한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중년층들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산층이기도 한 이들이 지금 심각하게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 점이 올 하반기 물가를 얼마나 자극하게 될지 모르지만 정부로서는 애가 탈만하다. 그런데 그런 속앓이에 애꿎은 화풀이 대상이 되는 건 자영업자들이다. 봉급생활자들에 비해 세금 탈루의 기회를 잘 활용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특별히 변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물가불안은 자영업자들에게도 충분한 악재다. 정와대나 정부 관료들의 잇단 발언을 보면 그런 그들에게 물가불안의 책임을 몽땅 뒤집어씌우는 듯해 헛웃음이 나온다.

실상 소형차 하나를 몰더라도 기름값 오르면 짜증이 나고 점심 한 끼 매식할 때마다 비싼 밥값에 주눅이 드는 서민들 입장에서 주유소를 비난하고 외식업체에 과욕을 다스리라고 훈계하는 대통령과 장관의 한 말씀이 달콤하게 들리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는 절대 못 내리고 환율은 수출 지원을 위해 관리해왔다. 정유업자들 입장에서는 유류세와 환율만으로도 기름값은 오를만한 이유를 줄줄이 댈 수 있을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 요인을 정부가 만들어주고 그런 사실을 구실 삼을 대기업에는 제대로 말발이 안 먹히니 만만한 게 자영업자들이다.

그러니 관계장관회의 백날 해봐야 무슨 속 시원한 답이 나올 수 있겠는가. 그저 입에 발린 대책들은 이제 암만 내놔봐야 서민들이 거기 현혹될 단계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답을 정해놓고 방법을 찾는 것은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다. 냉정하게 표현하면 그건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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