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국가신용등급
춤추는 국가신용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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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채무이행능력과 의사수준을 등급으로 표시하는 국가신용등급은 한 국가 재정건전성의 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한 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은 해당 국가의 위험성을 보여주지만 여러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조정 된다는 것은 세계경제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에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 위험성을 경고 받았다. 대체적인 관측은 이런 경고가 미국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로서 실제 하향조정 될 가능성은 낮다고 나오는 모양이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모두 미국에 적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쉽사리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볼만 하다.

실상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만 놓고 봐도 이미 미국 경제는 상당히 위험해 보이고 그밖에도 여러 위험요소들이 계속 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실제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낮춰지지는 않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흔들었을 때조차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흔들리지 않았다. 따라서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미국 내 시각 가운데 신용평가기관들은 대체로 보수적 시각에 입장이 맞춰져 있어 이번과 같은 경고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올해 2분기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경고가 나오는 것도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지만 특히 지난해 발생한 유로 존 국가 일부의 재정위기로 인해 2010년 2분기 이후 계속 국가신용등급 하향국가가 늘어나는 것은 심상치 않다.

물론 지난해 2분기 중 국가신용등급이 하향한 국가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3개국에 불과한 반면 한국을 비롯해 칠레, 파나마,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레바논, 도미니카 등 11개국이 상향조정됐으니 숫자만 놓고 보면 오히려 안정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잇달아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경고 받는다는 점에서 상황을 좀 더 염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강등 국가가 늘고 또한 거듭된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해에 적극적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 마련으로 부정적 의견이 다소 완화됐던 일본은 올해 들어 다시 ‘부정적’ 평가로 하향 조정됐다. 스페인은 한 번 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고 그리스는 최근 디폴트 직전 등급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도 위험해졌고 아일랜드도 강등을 면치 못했다.

여러 측면에서 미국의 유일한 경쟁국가처럼 인식되고 있는 중국-아직은 잠재적 경쟁국이지만-도 또한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고 있다. 피치는 지난해부터 계속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위안화표시채권에 대해 ‘부정적’으로 낮춰 전망했다.

지난 몇 년간 좋은 경제적 성과를 낸 브라질은 여전히 낮은 국가신용등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뉴스에서 필리핀이 재정적자를 면해 한 단계 상승했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희망적 뉴스가 별로 보이질 않는다.

미국은 이미 속이 비어가는 중이지만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권력이 여전히 유효하기에 그 나라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의 위협이 되고 있다면 일본은 화석화된 국가시스템이 상황을 갈수록 악화시켜갈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부장적 아버지처럼 군림하면서 기업이 헤쳐가야 할 몫을 모두 챙겨주고 기업은 정부의 깃발 뒤를 따르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은 필자의 선입관 때문일까.

이에 비해 승승장구 성장일로인 듯싶은 중국의 상황 악화는 우리가 먼저 겪었던 조급한 고속성장의 예정된 부작용일 듯하다. 고속성장의 외발 자전거 위에 오른 이상 스스로 멈출 수없는 레일 레이스에 빠져버리게 된다. 우리는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도 그런대로 버텨냈는데 덩치도 위협적인 다민족국가 중국이 우리처럼 견딜까. 그렇지 못할 때 그 후폭풍은 얼마나 클까. 우리의 현재로 보자면 미국의 위기 못지않은 여파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당장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늘 깨어 지켜봐야 할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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