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계빚 600조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수첩] 가계빚 600조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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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여보, 난 올해 마흔여섯이야. 나를 직원으로 뽑아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어. 집은 저당잡히고 차는 월부금이 밀려 있지. 우린 이제 빈털터리일 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올 데도 없어. 이렇게 궁지에 몰려본 적이 없다고"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르겠어"

위 대화는 앤디 앤드루스의 소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첫 부분이다. 빚을 처리하지 못해 절망감에 빠진 주인공 데이비드는 자살을 결심하고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낸다.

반면,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우리 국민들은 당장 하루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절망 대신 희망을 붙잡았다. 말할 수 없이 가난한 시대였지만 새로운 것을 일구는 시작이기도 했다.

그냥 단순히 돈이 없다는 것은 절망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돈 문제가 절망이 되는 것은 돈이 없는 상태를 넘어서 빚이 쌓여가면서 시작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중은행과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예금취급기관이 가계에 빌려준 돈은 5조4000억원이다. 그 결과 5월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12조3000억원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시작한 정부지만 국민들은 빚만 늘었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는 이제 물가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책은 약발이 없었다. 저축은행 사태와 함께 한국은행의 고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상반기 내내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통한 실적쌓기에만 급급했다. 물가는 잡지도 못하고 빚만 늘린 셈이다.

이 와중에 카드사는 한도올리기에 열중이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자산은 지난해 19.1%나 증가했다.

외환위기는 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이 도화선이 됐고, 카드대란은 정부의 정책실패로 빚어졌다. 금융위기는 저금리에 기초한 가계단위의 무리한 부동산 투자가 화를 불렀고, 현재 진행 중인 유럽의 재정위기는 국가의 부채규모가 너무 커진 것이 원인이 됐다.

최근 있던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 김중수 한은 총재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또다른 경제위기에 진입 중이다. 여기저기에서 가계부채가 심각하다고 외치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계부채 문제가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교통사고 직후 혼수상태에서 잠시 천국을 경험한 뒤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현실은 그대로지만 미래의 그의 삶은 아마 크게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굳이 우리 경제까지 데이비드처럼 교통사고를 겪을 필요는 없다. 당국의 치열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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