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연이은 낙하산인사 '유감'
금융권 연이은 낙하산인사 '유감'
  • 전병윤
  • 승인 200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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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여신금융협회 이보우 상무와 인터뷰 약속이 있어 찾아든 사무실.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바로 이날 청와대에서 이보우 상무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당일 여신협회 직원들도 며칠 후 있을 이사회 안건을 받고 살펴 본 순간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협회 직원들도 상무이사 자리에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있으리라 예상치 못했다. 이는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자리까지 관례를 깼다는 점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신협회직원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낙하산 인사 반대 성명서와 서명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단독후보로 추천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임유씨가 사실상 내정됐다. 더구나 임유씨는 40대 ‘386세대’인데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알려져 더욱 뒷맛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참여정부와 ‘386’세대란 단어가 갖고 있는 상징성에 비추어 볼때, 과거 정부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월에도 신용보증기금의 상근이사 자리에 재경부의 낙하산 인사로 인해 노조의 거센 반발을 받았으나 결국,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김영동 기획홍보국장이 신임이사로 선임됐었다.

정부의 출자기관인 신보에서도 이사장과 감사이사를 제외한 상근직 이사의 경우 내부에서 맡아왔었다는 게 상식이었다.

여신금융협회는 신용보증기금과 달리 정부에서 출자가 이뤄진 공적기관이 아님에도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는 데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여신협회는 신용카드·할부·리스·신기술금융의 4개 금융기관들이 모여 만든 민간업체의 협회이므로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업무파악에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회장과 부회장의 경우 관례상 낙하산 인사가 이뤄져 왔다”며 “그러나 상무이사의 자리까지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려 함에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해 이번 인사의 부당성을 토로했다.

이번에 내정된 임유씨는 과거 한일리스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내세우고 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가 단순히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점을 떠나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느냐는 기본적인 물음에 명쾌히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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