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 얼굴'의 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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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소설 속 주인공인 지킬박사는 평소 선량한 과학자지만 악성을 가진 추악한 하이드로 변해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양면성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최근 안팎의 논란에 휩싸인 국민연금공단이 이 소설의 주인공과 닮아 있어 씁슬하다.

이달 들어 국민연금공단은 외국인의 집중매도로 증시가 폭락할 때 대규모 물량을 받아내며 증시의 '구세주'로 주목받고 있다. 최소한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지킬박사'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증권사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공단 직원 2명이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투자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던 '지킬박사'가 졸지에 기금납부자들에게는 추악한 '하이드'로 돌변한 셈이다.

특히 입건된 직원들은 전 국민의 노후자금 340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소속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국민 모두의 노후자금를 내세워 '슈퍼 갑(甲)' 행세를 해온 것도 모자라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주식투자액 규모는 지난해 기준 69조원에 육박한다. 올해는 6월 말 기준으로 340조원 규모의 기금 중 약 220조원을 국내 채권에, 60조원을 국내 주식에 각각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증권가에서 '슈퍼 갑'으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을 '모시기' 위해 증권사들이 앞다퉈 접대를 해온 전례 역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연금공단 직원 91명이 모 증권사 계열의 인재개발원에서 술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해명자료를 통해 접대사실을 전면 부인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진정성까지 잃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주식운용실장, 채권운용실장, 주식위탁팀장, 리서치팀장 등 4개 핵심 보직자 전원이 교체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 "국민연금 광고를 보면 구역질이 난다. 피 같은 내 돈이 증권사의 로비를 받아 대폭락장에 몰빵됐다는 생각에 잠이 안온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공단은 이달 주식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지킬박사' 역할을 계속 하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공단의 바램대로 폭락장 속 주식매수 전략이 향후 큰 수익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같은 대규모 주식투자가 진정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가면속 '하이드'를 위한 것인지 국민들은 헷갈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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