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대마불매(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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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마다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말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도 막대한 부실에 노출된 AIG에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재차 논란이 되기도 했다.

AIG가 망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이 미국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의 일치된(?) 판단이었다. 결국 AIG의 '비대한 덩치'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을 뿌리채 뒤흔든 셈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우리금융지주 매각 무산에 대한 책임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정책적인 배려 없이 대형 금융지주사 참여를 호언장담해 온 금융당국과 금융지주사법 개정안 처리의 발목을 잡은 정치권, 그리고 미국발 금융불안 등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가 외부적 요인이라면 내부적 요인은 우리금융의 '비대한 덩치'다. 지난 10년간 민영화에 전혀 진척이 없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우리·광주·경남은행을 자회사로 첫발을 내딛은 뒤,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우리에프앤아이,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잇따라 편입시켰다.

올해 역시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6월말 현재 무려 11개 자회사 및 38개의 손자회사를 지주사 산하에 두고 있다. 같은 기간 99조원에 불과했던 총자산도 358조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회사의 자산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규모를 감당할 만한 민간 주체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실제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전까지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채 반년도 안돼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중복되는 고객과 점포가 많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난해 우리금융과의 '대등합병'에 관심을 내비쳤지만 결국 외환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외환은행의 경우 외환 부문에서의 강점은 물론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 합병이 아닌 '인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우리금융 매각의 흥행실패 요인을 우리금융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사모펀드의 우리금융 인수 문제를 논의한 공청회 자리에서 한 패널도 "10년동안 안팔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통매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분리매각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 우리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 등이 공공연하게 인수의사를 피력해 왔으며, 경남·광주은행 역시 지방 금융지주사는 물론 지역 상공인 단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업계 선두권인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통해 증권업계의 판도변화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정부가 내세워온 '우리금융 민영화 3대원칙' 가운데 이미 물거너간 조기 민영화를 제외하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및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대원칙에는 어느정도 부합한다는 의미다. 

최근 금융시장에는 "도대체 정부의 진의가 무엇이냐"라는 불신의 목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금융을 비롯해 자회사인 우리은행 등은 국영은행이라는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었다. 내부에서조차 정치권에 '줄'이 없으면 임원승진도 어렵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분리매각안을 포함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면밀하게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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