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복지 그리고 발전
세금, 복지 그리고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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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저마다의 수를 재느라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시장 사퇴 시기는 언제가 유리한지를 놓고 저울질하는 집권 여당, 지고도 이겼다니 그렇거니 들어주자.

교육의 기본이 될 밥상 교육, 그 교육의 문제로 풀어갔어야 할 무상급식 문제가 복지 문제로만 치부되다 보니 계층간 대립구도로 언론에 도배돼갔었다. 그러다 그마저도 논쟁적 이슈가 약해 보였는지 현직 시장의 자리를 건 정치투쟁으로 변해갔었다.

그 진행되어 가는 과정도 희한했지만 투표를 하느냐, 마느냐로 결판이 나는 참 보기 드문 사실상의 ‘공개투표’로 결론이 나버렸으니 이 또한 기록으로 남을만한 일이다.

‘나쁜 투표 하지 말자’는 야당의 전략을 투표 방해 행위라고 비난하는 보수층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투표율 미달 전략이 신선해 보인다는 젊은이도 있다.

보수층의 목소리는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보고 들었으니 젊은이들의 시각도 들여다보자.

투표 불참 캠페인은 대형 미디어들이 같은 소리만 전달하는 판국에, 대중들이 사안의 본질은 못보고 몇 가지 선동적 구절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 약체 야당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얘기다.

투표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노년층에서는 왜 강남 3구 주민들이 가장 열심히 투표했는지,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투표율이 낮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하는 경우를 어렵잖게 만나게 된다.

'왜 부잣집 애들에게 공밥 먹여야 하느냐'는 감성적 논리에 휩쓸려 투표장에 갔던 노인들이 제법 된다는 얘기겠다. 꼭 노년층만 그랬을까 싶지만 주변에서 보자면 정보의 빠른 유통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년층의 그런 혼란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런가 하면 무상급식이 거지근성을 키워줄 뿐이고 ‘복지’ 좋아하다 남유럽 국가들 꼴 날거라고 거품 무는 중산층도 만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 투표의 발단이 세금 더 내느니 내 자식의 급식비를 따로 내겠다는 부자들의 욕심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견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런 유럽에서 신선한 소식이 들린다. 프랑스의 부자들이 ‘부자들에게 증세하라’고 나섰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이 잇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험하는 가운데 프랑스 역시 그런 위험이 경고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부자들이 재정지출 축소보다는 부자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우렌 버핏 식의 해법에 동조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들 프랑스 내 수퍼 부자 소리를 듣는 16인은 <누벨옵세르바퇴르>라는 주간지에 일제히 기고문을 싣고 “악화되는 정부 부채로 프랑스와 유럽의 운명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자본 흐름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특별 기부를 신설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프랑스 부자들이 특별히 진보적이어서는 아니다. 우파 정치인인 사르코지 현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를 앞두고 불거진 재정적자 감출 압박으로부터 그를 풀어줄 정치적 카드다. 어느 면에서 보자면 이는 참으로 노회한 정치헌금 방식일 수도 있다.

그들은 스페인이나 이태리식의 재정지출 삭감 방식으로는 부담이 가중된 서민층의 반발을 살 뿐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재정긴축으로 부담이 가중될 서민들이 좌파에 쏠리게 하느니 부자들의 특별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해소시킬 방안을 찾는 게 낫다고 여긴 것이다. 이걸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여긴다.

이런 걸 보면 프랑스 부자들은 분명 한국의 부자들보다 수가 높다. 당장 내 손에 쥐어질 떡만 보는 한국의 부자들로서는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짧은 안목으로 인해 안해도 좋았을 주민투표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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