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유럽 신용위기 진정 여부 주목해야"
"미국보다 유럽 신용위기 진정 여부 주목해야"
  •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시장전략팀장
  • ksip@hi-ib.com
  • 승인 2011.08.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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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시장전략팀장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직후 전세계 금융시장에는 엄청난 쇼크가 발생했다. 어찌 보면 미국의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불과 한 단계 강등된 사건일 뿐인데, 전세계 증시는 연일 폭락하였고 국내증시도 한때 1700포인트가 붕괴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글로벌 증시가 쇼크를 받은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평가해 볼 수 있다.

첫째, 이번 강등이 미국의 경기 부양책과 달러를 찍어내는 것이 '無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킨 사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막대한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 및 통화 정책을 남발했는데 그 결과 이제는 나라가 부실화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둘째,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미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임을 뜻하며, 이는 향후 미국의 경기 회복이 부진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됨으로써 여타 국가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 경색 혹은 금융 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실물경기 측면에서는 미국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리스크, 그리고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크고 작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확대시켰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쇼크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리먼 파산 당시의 위기와 비교해 보면 당시에는 미국 금융 부문에서 위기가 시작돼 정부가 돈(유동성)을 풀어 진정시킨 반면, 이번에는 바로 그 정부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또다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 하더라도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을까 하는 '신뢰의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시장에서는 단기 낙폭과대 인식과 더불어 주말 미국의 잭슨홀 미팅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하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등 미국발 신용등급 강등 쇼크는 다소 진정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변동성 확대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 대상은 미국이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경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CDS가 높아지기 시작한 지난 7월초 이후 주요국의 금리를 살펴보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하락한 반면, 남유럽 국가들의 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내용이 코스피의 추가 반등폭 결정에 있어 단기 분수령이 되겠지만 미국보다는 유럽의 위기 가능성이 이번 리스크의 본질이라는 점과 유럽 재정리스크에 대한 대처 방안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신용경색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8~9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만기 도래액이 집중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9월중까지 신용경색 우려와 이에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는 시장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향후 유럽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며,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남유럽 국채 규모가 유럽안정기금(EFSF)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ECB와 IMF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또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국제적 공조 체제에 의한 정책적 협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작년 이후 중국의 남유럽 국채 매입 발표가 있을 때마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조치가 있다면 매우 요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탈리아가 지난 12일 추가 긴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역시 과거 그리스의 긴축안 통과가 그랬듯이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쇼크이후 단기적으로 미국보다는 유럽의 지표들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므로 이와관련 남유럽 국채 금리, OIS 스프레드, 스왑 베이시스, 유럽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등의 지표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신용등급 강등 쇼크 이후 유로존 및 글로벌의 정책적 대응과 그에 따른 반응도 함께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한편, 향후 글로벌 경기 모멘텀의 핵심으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이라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왜냐하면 이들 국가는 지금까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긴축 정책 때문에 경기가 둔화되었는데, 향후 물가가 안정되면서 긴축을 중단할 경우 경기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이머징마켓 국가의 물가와 통화 정책이 최근의 신용위기를 돌파할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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