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어두움' 보다 더한 '답답함'
2005년, '어두움' 보다 더한 '답답함'
  • 홍승희
  • 승인 200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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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경제가 살아날까. 한해를 마감하며 언제나 다음해를 전망해 보지만 올해는 유독 사는 것이 팍팍하다 느낀 서민들이 많다보니 그 어느 해보다, 또 그 무엇보다 내년도 경기전망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그 경기전망이 올해처럼 확실히 편가르기하듯 나타난 경우도 드물지 않나 싶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대체로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관변연구기관을 포함한 정부측 전망은 상대적으로 기대치를 높일 수 있게 다소 희망적인 전망을 하는 것이야 흔한 경우지만 올해는 그 선이 여느 때보다 극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당초 정부의 기대수준이 담긴 내년도 경기전망은 5%선이었으나 민간연구소들은 일제히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3%대, 심한 경우 2%대로 끌어내렸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은행이나 KDI마저 4%를 전망치로 내놓으며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치에 다가가 민간연구소의 예측능력이 현재로서는 실상 판정승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물론 정부가 내년도 경기전망치를 낮추게 된데는 행정수도 이전계획이 무산되면서 그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진데도 큰 원인이 있겠지만 달러약세, 고유가 등 국제적 변수들을 민간연구소들만큼 예민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당위적 목표에 너무 매달린 탓도 얼마간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은행과 KDI가 각각 4%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그 내용이 한쪽은 수출을, 다른 한쪽은 내수회복을 그 바탕으로 삼아 정반대의 수단에 목표는 일치하는 전망을 내놨다 해서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아무래도 정부의 정책목표로서 최소 4%의 전망치를 내놓기 위한 견강부회가 있지 않았나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과 같이 앞이 안보인다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징징대는 무기력한 경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수단으로든 보다 희망적 전망을 마련하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일이다.
그러나 보다 냉정한 전망을 해야 할 정책연구소나 중앙은행이 목표 수치에 매몰돼 제대로 된 분석, 전망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는 밤길에 등불도 없이 장님 길안내를 자청하는 꼴밖에 안된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달성을 가능하게 할 수단을 강구하려는 자세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과연 그 선택된 수단이 실현가능한 것인지, 단지 목표달성의 가능성을 변호하고 포장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선택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과 중앙은행이 그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 내용이 그렇게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확신도 없이 상황회피를 위해 마지못해 전망보고서를 내놓은 것처럼 비쳐 왠지 찝찝함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나오고 있는 전망보고서들이 모두 명쾌한 전망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내년도 경기가 어떤 식으로든 인위적 정책수단의 사용없이 자연스럽게 호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도 되는지라 서민들 입장에서는 더 가슴만 답답해진다.
경총의 수장이 스스로 실토하듯 지금 기업들은 투자대상을 못찾아 투자를 못하는 것이라면 더욱이나 내년을 바라보는 심정이 아득하다.

그런데 정말 내년도, 더 나아가 미래산업에 대한 전망이 안보이는 것인가.

이미 7, 8년전부터 21세기형 미래산업으로 주목받아온 바이오산업에 국내 기업들은 그 출발점이 될 R&D투자조차 꺼리며 머뭇거리느라 세계적 기업들의 뒷굼치만 쳐다보는 모양새가 돼버린 것이 기업들의 주장처럼 정부의 규제나 노사갈등 탓인가.
수소에너지를 비롯한 재생가능한 에너지 개발에 세계 자본들이 눈독들이고 있는데도 국내 기업들만 유독 무심한 것은 또 누구 탓을 하려는 것인가.
가뜩이나 성장통을 앓는 국가 사회를 운용하기에 정신없는 정부를 향해 간섭하지 말고 지원만 하라고 떼쓰는 기업들이, 해외투자에만 열 올리고 국내에서는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R&D투자에도 인색한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기업들이 이 모양이니 이제 더는 경기의 자연스러운 선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는 결국 정부가 더 적극적,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내에서조차 아직껏 방법론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면 내년에도 무언가 기대할 바는 없는게 아닌지 걱정이 자꾸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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