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못말리는(?) 산업은행
[기자칼럼] 못말리는(?)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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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 "국책은행이 시중은행 밥그릇까지 탐내도 되는 겁니까? 가계대출 늘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금융당국도 산업은행 앞에서는 순한 양으로 돌변합니다."

반세기 한국 경제성장의 큰 축을 담당해온 산업은행이 시중은행 밥그릇이나 탐내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아시아 금융산업의 '개척자'가 되겠다는 거창한 구호는 온데간데 없고, 개인고객들을 상대로 월급통장과 고금리 정기예금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실적관리를 위해 가족 등 주변 지인들의 개인정보 수집(?)에 나서는 직원들까지 심심치 않게 보인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PB 시장에서는 '산은發 출혈경쟁' 우려까지 나오는 등 산업은행을 향한 시중은행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우리금융지주 인수 실패가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겸 산업은행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했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당시 강 회장은 '사실상 산업은행 민영화는 물건너 갔다'며 독자생존이 차선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독자 민영화를 추진하려면 적어도 50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사견(?)도 내놨다.

실제 국내 금융권에서 산업은행이 인수할 수 있는 매물은 국유은행인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외환은행만 남게 된다. 하지만 외환은행 역시 하나금융이 대주주인 론스타와 배타적 매매계약을 맺고 있다.

산업은행이 처한 상황 자체가 시중은행과 '밥그릇 쟁탈전'을 벌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공격적인 영업행태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시중은행 '팔 비틀기'에 나섰다. 적잖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총량 규제'도 불사할 태세다.

카드사와 대부업체 역시 금융당국의 규제 '칼날' 앞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만은 이같은 규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과거 민간 금융사 출신이었던 민유성 회장 재임 시절 때만 하더라도 "국책은행이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개인고객 확보전략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던 금융당국이다.

하지만 장관출신인 강 회장 취임 이후부터는 산업은행에 대한 특혜 논란에 줄줄이 엮여들더니, 최근 산업은행발 시장교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줍잖은' 독자생존 시도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동안 민영화에 실패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경쟁력 대비 자산규모가 비대하다는 이유로 시장으로부터 번번이 외면받았다.

급기야 계열사별로 쪼개파는 '분산매각'이 극약처방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돼온 '문어발식' 자산확대가 되레 민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 대형 금융사 임원은 현 시점에서 산업은행이 매물로 나온다면 비용이 얼마가 됐든 인수전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중복되는 부분이 적고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단, 산업은행이 취약한 수신기반을 이유로 덩치 키우기에 급급할 경우 '제2의 우리금융'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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