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수출중심 우량기업 발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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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대투證 "차익거래·신용거래 리스크 줄여야"
현대證 "중국 등 아시아권 발판, 수출주가 유리"
교보證 "국내 기업 경쟁력 오히려 업그레이드"

[서울파이낸스 강현창 양종곤 윤동 장도민기자] 국내외 경제상황과 관련해 '저성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세계경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일선 기업들의 경영계획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1일 삼성사장단회의에서 발표한 '2012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전망'에서 2012년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각각 3.6%, 3.5%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0.3%p, 0.4%p 위축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저성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했던 비상조치들의 '후유증'으로 선진국들은 재정긴축, 신흥국들은 금융긴축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MF도 '어두운' 전망을 연일 내놓았다. IMF는 20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제는 `새로운 위험국면(a dangerous new phase)'에 진입해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지역과 미국은 다시 경기후퇴(recession)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제 상황이 몇달전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취약해 내년에도 성장폭은 아주 낮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FM총재는 22일 세계은행(WB) 연차회의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경제 상황은 위험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은행들은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정부들은 부채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신뢰할만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안개'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수출은 미국 등 세계경제 둔화, 유로존 위기로 내년 전망이 밝지 않은데 내수마저도 가계부채 부담과 물가불안으로 소비회복이 쉽지 않다. 더구나 건설경기도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지출 확대 역시 어렵다.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사례로 재정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확인되면서 기존 국가채무 문제가 불거지며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금융정책도 물가불안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로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기업과 개인 모두 단순한 경기둔화가 아닌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해 향후 증시 전망과 전략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들어 보았다.

△ "투자규모 줄이고 우량기업 찾아라"

▲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점에는 동의했지만 침체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센터장은 "저성장과 침체는 분명하게 구분지어야하는데 현재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 침체 국면을 논할 수 있다"며 "현재 세계는 유럽체제 결함 정비, 부실화된 국가의 채무 재조정, 재정 계획 정비, 장기적으로 재정 긴축문제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부동산은 가계채무와 연결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압박받을 수 있지만 우리경제가 고성장 중인 중국의 수혜를 많이 받고 있는 점과 경쟁력 있는 중화학 공업업체들이 있어 전체적인 입지는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성장도 성장을 전제하므로 기업이익과 금리 상관관계를 볼 때 주식의 상승 기대치는 유효하다"며 "하지만 침체일 경우에는 낮은 금리를 유동성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과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시 상황에서는 유망한 섹터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투자규모를 줄이고 리스크가 낮은 우량한 기업에 눈을 돌릴 때라는 것.

그는 "현재 투자자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할 뿐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차익거래, 신용거래 등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이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란 확신이 드는 우량기업을 선별할 때"라고 말했다.

△ "저성장 시대엔 수출주가 유리해"

▲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식을 뒤집는 전략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저성장 시대엔 내수주가 유리하고 수출주가 불리한 것이 상식이지만 오 센터장은 저성장이라고 해도 미국이나 유럽 쪽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저성장 시대엔 어차피 수출과 내수 모두 줄어든다. 양쪽 중 어디에 힘이 있느냐가 문제인데 중국과 아시아권을 옆에 둔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주가 유리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또 예전과는 달리 한국의 수출 종목도 다변화됐다"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IT나 전기전자·가전 및 건설이나 철강 등 업종이 다변화된 만큼 어느 한 업종의 수출이 막힌다 해도 다른 수출 종목이 계속해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아주 다양한 벨류에이션을 가지고 있다"며 "저성장 시대에도 이런 벨류에이션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세한 업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큰 밑그림도 중요하지만 정책과 같은 변수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예를 들어 노년 인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제약주들이 각광을 받아야 했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약값을 인하했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에 비해 떨어진 곳도 있다"며 큰 그림과 정책 등 작은 변수를 조합해서 바라볼 것을 권했다.

△ "낙담말고, 수출 기업에 주목하라"

▲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IT와 자동차 같은 수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재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국내 경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펀더멘탈 자체가 훼손된 점이라고 지적했다.

송 센터장은 "펀더멘탈이 훼손됐음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걸 다시 회복할 힘이 없다"며 "이런 점으로 미뤄봤을 때 단기적인 경기 둔화현상이 아닌 장기적 저성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상승세를 탔던 경기에 대해" 약달러 추세 기반의 유동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경기가 둔화되면서 자연스레 국내 증시도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장이 안 좋다고해서 낙담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은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며 "글로벌 점유율 또한 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수출 관련 업체들의 기업 실적이 기대된다"며 "IT, 자동차 업종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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