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매각 '기대반 우려반'
제일銀 매각 '기대반 우려반'
  • 김동희
  • 승인 2005.01.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일은행 매각작업이 막판 대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급물살을 타며 HSBC로의 매각이 기정 사실화되던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 현재 스탠다드 차터드은행(이하 SCB)의 인수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나 내주 중 인수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해답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매각작업, 이를 바라보는 제일은행 직원들의 정서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매각작업이 하루라도 빨리 진행돼 은행 경영정상화의 노를 힘차게 저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후 예상되는 구조조정의 칼바람 또한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원들의 불안한 정서는 제일은행과 대주주 뉴브리지 캐피탈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데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매각 실사작업이나 인수자 선정 등이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해야 할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과 대주주는 매각과 관련한 공식적 입장과 진행사항에 대한 정보를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어느 정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으로서 고객과 직원, 나아가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공적 책임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일은행과 뉴브리지 캐피탈은 이러한 알권리를 철저히 무시하며 갖은 추측만 불러와 직원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매각과 함께 뉴브리지 캐피탈이 얻게 될 엄청난 이익이 인수자에게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직원들의 걱정거리다. 인수금액이 커질수록 부담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빨라질 것이고, 인수자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직원들의 구조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은행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돼 영업에만 주력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직원들은 뉴브리지 캐피탈과 같은 단기 투기 자본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장기적 투자자로서 HSBC나 SCB 모두에게 만족을 표하고 있다. 이들이 세계 굴지의 금융산업 노하우와 자본력을 보유한 은행들인 만큼 제일은행이 한단계 도약하는 데도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여신증가율 1위를 나타낼 만큼, 직원들의 높은 생산성을 인정 받았다. 앞을 알 수 없는 금융환경의 불안 속에서도 직원들이 합심해 은행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조만간 나타날 차기 인수자는 그 동안 직원들이 보인 노력과 불안감을 이해하고 이를 추스를 수 있는 자세를 가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하루빨리 경영정상화에 매진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