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에이. 주식이니 채권이니 하면 어차피 다 잃는다더라. 몰라도 돼"
사람들은 증권을 어려워한다. 주식이니 채권이니 하는 것들은 돈은 아닌데 가치가 있고 또 그 가치가 매번 바뀐다. 처음 접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본적도 없으니 알쏭달쏭하다. 이런 사람들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박물관'을 찾으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7일 오후 6시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증권박물관에 들어서자 시원해 보이는 원형 공간 안에 독특한 오브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로비중앙에 위치한 구조물은 실물증권이 점차 소멸되어 가고 있는 현재 증권시장의 모습을 상징화 한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전자증권시대에 대비해 경제적 유물인 실물증권을 보존하자는 취지다.
2004년 5월에 개관한 증권박물관은 세계 각국에서 발행된 증권의 400여년 역사를 정리한 각 나라의 증권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의 증권을 모아놓았다.
김광렬 증권박물관 관장은 박물관을 소개하면서 "증권박물관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됐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먼저 눈에 띄는 유물은 세계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주권.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하멜이 바로 이 동인도회사 직원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이 만든 증권도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의 친필서명이 들어간 증권도 있다. 특히 이중 록펠러사의 증권은 값이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이외에도 증권의 이해, 주식거래과정, 우리나라 증권의 역사나 증권의 위변조 등 다양한 전시가 준비돼 있다. 방문 기념으로 관람객이 직접 주권을 만들어보는 코너인 나만의 증권만들기 코너도 인기가 많다.
증권박물관이라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있을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안내인이 각 유물들마다 친절히 설명해주는 한편 증권퀴즈 플레이 게임이나 증권설명 애니메이션도 갖춰져 있어 아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방문객 중 50%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며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34%에 이른다. 이렇게 학생비율이 높은 것은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 때문이다.
박물관 예약시 같이 신청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용돈관리, 보드게임 등 쉽고 재미있는 것부터 증권예탁결제제도의 이해 등 어려운 것까지 다양한 연령 및 이용자의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노세진 증권박물관 학예사는 "주로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2008년부터 전시 코너를 개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해 어려울 수 있는 증권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고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 때문인지 관람객수나 유물 면에서 우리나라 금융경제 박물관 중에 상위로 꼽힌다. 국내증권 유물이 3687점, 해외증권이 867점 등 총 4783점의 유물이 있으며 현재는 해마다 2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증권박물관의 최종 목표는 국내 최고의 금융경제박물관. 김 관장은 "그렇게 되기 위해 내년에는 박물관 소장 도록을 편찬하고 인터렉티브(직접 체험하는) 코너도 신설해 내년 관람객 수를 2만5000여명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