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한전 전기료 인상, 소액주주 소송 탓?
[마켓인사이드] 한전 전기료 인상, 소액주주 소송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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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주주대표소송 제기
"정부가 요금정상화 주도해야"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최근 한국전력이 전기료 10% 인상안을 의결한 가운데, 주식시장이 인상안 의결의 '촉매제'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전 이사회는 정부와의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전기요금 10%대 인상안'을 의결했다. 물가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와관련 증권업계에서는 한전의 이같은 이례적 행보와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연결짓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한전 소액주주 14명은 김쌍수 당시 한전사장을 상대로 2.8조원대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의 인상안이 소액주주들의 소송에 대비한 방어책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전력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다. 지난해 초 4만원대를 형성하던 한전의 주가는 22일 현재 2만4050원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지난 8월에는 1만900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을 불러온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한전의 영업적자규모가 6조1000여억원이며 이중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인해 입은 손실은 2조8000억원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인상을 단순하게 소송 대비 면피용으로 보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전기료 인상문제는 배당을 노린 주주들과 한전만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된다"며 "비정상적으로 책정돼 있던 전기요금을 정상화 하는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가 심의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진작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느끼고 현실화를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당사자인 한전을 빼놓고 지경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로 인상률이 결정되다보니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전 사장도 소송 제기 직후 사표를 내고 퇴임하는 자리에서 "한전은 상장회사이니 주주가치를 생각하며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지 공기업이니 적자가 나도 된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번 인상안을 발의한 이기표 사외이사도 "정부가 먼저 왜곡된 전기요금의 현실화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40여년간 값싼 전기 요금으로 혜택을 본 기업들이 이제 제몫을 낼 때가 왔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90% 수준으로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팔수록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사회도 이 점을 지적하며 이번 인상안에서 가정용과 농업용은 제외하고 산업용과 업무용만을 인상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는 해외와 비교해서도 가격이 싸다. 국내 산업용 전기의 KW당 가격은 0.058달러다. 그러나 일본은 0.158달러로 국내보다 272% 비싸며 미국도 0.068달러(117%), 프랑스 0.107달러(184%), 영국 0.135달러(233%)와 비교해보아도 크게 저렴하다.

이에 대해 한 재정부 소식통은 "물가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부로서는 한전의 독단적인 전기요금 인상안을 꺼려할 것"이라며 "이번 인상안으로 친기업적인 전기요금 자체에 대한 논의가 발생하는 것도 정부에게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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