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네빵집, 이거 다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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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효선기자] 최근 롯데, 신세계 등 재벌가 자녀들이 빵집 사업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관련 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동네 빵집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동네 빵집이 사라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기존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난 뒤부터 동네 빵집들은 이미 설 땅을 잃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8명밖에 없는 제과제빵 명장이 운영해 홍대거리의 명물로 소문난 '리치몬드 제과점'이 문을 닫았다. 5년 전 파리바게뜨의 압력에도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두 배로 올려주며 가게를 지켰지만 결국 임대료 인상을 감당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만8000개에 달했던 동네 빵집은 지난해 4000개로 8년만에 무려 78% 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기간 파리바게뜨는 2600여곳, 뚜레쥬르는 1400여곳 등 총 4600여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자본력과 마케팅에서 밀린 동네 빵집이 점차 독립점포를 포기하고 대형 프랜차이즈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인천 서구의 한 과자점 주인도 맞은편에 파리바게뜨가 문을 연 뒤 매출이 50%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빵집 세곳도 이미 문을 닫았는데 멀리까지 찾아와주는 단골손님들 때문에 건물주의 월세 인상 요구에도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한 방송국의 인기 휴먼르포 방송에서는 40여년 간 자리를 지켜온 동네 빵집이 대형사들의 무차별 적인 영업확장에 밀려 마지막 영업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탄 적이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계산하는 주인도 울고 돈을 건내는 손님도 아쉬움에 눈물훔치는 장면이 송출돼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물론 동네를 대표하는 빵을 개발하고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로 '불황속 호황'을 누리는 동네 빵집도 적지 않다. 동네 빵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필수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역시 여론에 편승한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영세기업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자본시장의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의 '이거 다 어디갔어~'에 동네 빵집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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