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당국도 못믿겠다는 저축은행
[기자수첩]금융당국도 못믿겠다는 저축은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전종헌기자] 지난해 9월 영업정지 처분을 간신히 면한 5개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결과가 5월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불안감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각을 보면 예금자들은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믿지 못 하겠다"고 털어놨다. 검사권을 쥐고 저축은행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당국마저도 저축은행을 이같이 본다면 검사 결과 또한 불보듯 뻔하다. 설령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과에 대한 신뢰를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은 괜찮다'고 수차례 예금자들을 안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피 같은' 돈을 하루아침에 날린 예금자들을 생각한다면 이같은 발언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지난해 영업정지 후보에 올랐던 주요 저축은행들이 계열사 지분 매각 등에 나서며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이나 토마토·제일 등 대형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예금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내부 동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부 임원이나 직원들은 '살 길'을 찾아 이미 둥지를 옮기거나 다른 직장을 물색하고 있다. 임원급의 경우 내부 사정에 가장 밝다는 점에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실제, 영업정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대형 저축은행 이사는 B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고 또 다른 대형 저축은행 부대표(부행장)는 S저축은행으로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보기도 했다. 일부 행원들도 살길을 찾아 이곳저곳 취업지원서를 넣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는 5월, 저축은행 업계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지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괜찮다'는 말만 믿고 뒤통수를 맞는 예금자들이 더이상 나와서는 안된다. 당국은 예금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할 책임이 있다.

저축은행의 현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면 남은 시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저축은행을 믿지 못하겠다'는 당국자의 말이 허언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